박현경(왼쪽)이 17일 KLPGA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한 뒤 아버지 캐디 박세수씨와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박현경.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첫 프로골프 대회(1부 투어) 챔피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무관중 경기 우승자, 투어 역대 최다 상금 대회 제패, 투어 데뷔 첫 우승…. KLPGA 투어 2년 차 박현경(20·한국토지신탁)이 17일 우승 한 번으로 얻은 타이틀이다. 박현경은 이날 경기 양주의 레이크우드CC(파72)에서 끝난 제42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30억원)에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 데뷔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달성하며 상금 2억2,000만원을 챙겼다.
KLPGA 챔피언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실상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호주·캐나다·일본은 물론 아프리카 27개국까지 중계에 나섰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출발, 버디 6개와 보기 하나로 5타를 줄여 역전 우승한 박현경은 ‘포스트 코로나’ 1대 골프 퀸으로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지난 시즌 신인상 포인트 3위 박현경은 국내 골프대회 72홀 최소타 기록보유자다. 고2 때인 2017년에 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나흘간 29언더파 259타를 쳐 최혜진의 기록을 깼다. 지난 시즌은 각각 2승과 3승을 올린 신인상 조아연, 신인상 포인트 2위 임희정에게 빛이 가렸지만 올 시즌 두 번째 출전 만에 우승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신인상 경쟁자였던 임희정과 챔피언 조 대결에서 이겨 더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경기 후 박현경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아버지 캐디 박세수씨와 포옹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박씨는 1999년 한국프로골프(KPGA) 2부 투어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1부 우승 경험은 없다. 아버지의 꿈을 딸이 대신해 이뤄낸 것이다. 멀찍이 떨어진 동료들로부터 꽃잎 세례를 받은 박현경은 “내색은 안 하려 했지만 지난 시즌 동기들과 달리 우승을 못 해서 힘들어하기도 했다. 이 순간만 생각하며 열심히 겨울훈련을 했다”며 “아마추어 우승들이랑 비교하기 힘든 행복한 우승이다. 시즌 내내 잘해서 최소타수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가르치는 이시우 코치의 캠프에 들어가 겨울훈련을 했다.
이날 박현경은 11번(파5)·12번(파3)홀 연속 버디로 처음 공동 선두에 오른 뒤 13번홀(파4)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터뜨려 단독 선두로 나섰다. 약 150m의 두 번째 샷을 그린 경사를 잘 이용해 세 발짝 거리에 붙인 뒤 손쉽게 버디를 챙겼다. 이 홀에서 임희정이 1m 파 퍼트에 실패하면서 박현경은 2타 차로 승기를 잡았고 끝내 동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앞서 9번홀(파4) 3퍼트 보기 뒤 10번홀(파4)에서 3.5m의 까다로운 파 퍼트를 넣은 게 결정적이었다. 1타를 줄이는 데 그친 임희정은 일본파 배선우와 함께 16언더파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150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대회는 최하위에게도 624만원의 상금을 주는 등 코로나19로 벌이가 어려워진 선수들을 배려했다. 주최 측은 연습장 타석 간 간격을 5m로 벌리고 하루 세 차례 코스 전체를 방역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에 안간힘을 썼다. 대회 기간 이상 증상으로 대회장 내 임시 검진소를 다녀간 인원은 나흘간 한 명도 없었다고 협회 측은 이날 밝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