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개원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관계자가 의원회관 의원실 입주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낙선자들이 의원회관에서 방을 빼면서 ‘명당’을 점하려는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명당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일조량, 조망권이 확보되고 너무 높지 않아 이동이 편리한 로열층 (6~8층), 그리고 역대 대통령 또는 국회의장 등이 쓰던 ‘기운이 좋은’ 방이다.
◇‘분수대·한강뷰’ 인기…이낙연 전 총리도 로열층 입주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통적으로 6~8층, 그 중에서도 국회 잔디밭과 분수대가 내려다 보이는 의원회관 전면, 그리고 한강 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후면 의원실이 로열층으로 꼽힌다. 낙선자 중 여의도를 떠나는 의원들이 다수 나오면서 이들의 방을 차지하려는 현역 의원 그리고 당선인들의 물밑 경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박병석·김진표·추미애 의원, 통합당 김무성·정병국·주호영 의원, 무소속 서청원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주로 이곳을 차지했다. 각 당은 현재 선수별로 수요 조사에 돌입했으며 같은 선수에서 선호하는 방이 겹칠 경우 나이 순으로 우선 배정하고 있다. 4선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7층 ‘로열층’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현역 의원들은 대체로 기존의 방을 사용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낙선자가 떠난 명당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원내에 새로 입성하는 당선자들은 선수가 높은 ‘선배 의원’들이 배정 받고 남은 방에 들어가야 한다.
◇탈북민 당선인, 경호 이유로 10층…대통령·국회의장 氣 받기
대부분이 선호하는 로열층이 아닌 제각기 다른 이유로 특정 층과 방을 선택하는 의원들도 있다. 의원회관 10층은 최고층으로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대부분의 의원들이 기피 하는 층이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는 꼭대기 층이지만, 엘리베이터와 바로 붙어 있어 접근성도 좋은 1001호를 사용 중이다. 또 10층은 경호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 탈북민 출신인 통합당 태영호 당선인과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이 배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역대 대통령 등이 거쳐 간 곳도 기를 받기 위한 명당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썼던 325호가 대표적이다. 층수가 낮아 조망권이 전혀 확보되지 않았지만, 재선에 성공한 권 의원은 325호실을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사용할 계획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쓰던 454호도 명당으로 꼽힌다. 454호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거쳐 간 방으로 두 명의 국회의장을 배출한 셈이다.
◇‘328호의 기적’ 김대중→김근태→보좌진 5명 줄줄이 당선
의원실에서 근무하던 보좌진이 21대 국회에서 줄줄이 당선된 새로운 명당도 있다. 바로 328호다. 328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쓰던 방으로 김 전 대통령이 김근태 전 의원에 물려줬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김근태 전 의원실 출신으로 김 전 의원을 보좌했던 허영·박상혁·김원이·기동민 의원이 모두 당선 돼 국회의원실에 둥지를 틀게 됐다. 유은혜 부총리도 김근태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인물이다. 유 부총리는 최근 328호에서 동고동락했던 당선자들을 모아 함께 축배를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