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여러개 가입하면 손해"

금감원 소비자 유의사항 소개
벌금·형사합의금 중복보장 안돼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표지판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 자영업자 박서경(50·가명)씨는 운전을 많이 해 오래전에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가입했을 때는 벌금,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등의 보상한도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스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사고를 내면 처벌 수준이 높아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보상액을 높이고 싶어 보험설계사에 문의했다. 그 결과 새 운전자보험에 추가 가입하면 된다는 권유를 받고 하나 더 가입했다. 이후 실제 사고가 발생해 1,000만원의 벌금이 나와 보험금을 청구하니 2개의 보험사에서 각각 500만원씩이 보상됐다. 하지만 박씨는 기존 보험만 유지해도 역시 1,000만원의 보험금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중복보상이 안 된다는 조건을 확인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지난 3월25일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운전자 부주의로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어린이가 상해를 입은 경우 징역 1~15년 또는 벌금 500~3,000만원을 부과하는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운전자보험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설계사가 소비자를 현혹하고 소비자도 부주의로 손해를 볼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고 금감원이 18일 밝혔다.


일단 운전자보험 가입자는 무섭게 늘고 있다. 신계약 건수는 4월 한 달에만 83만건으로 1·4분기 월평균 대비 2.4배 증가했다. 월평균 초회보험료 역시 4월 178억원으로 1·4분기 93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불었다. 보험사가 민식이법 적용에 따른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운전자보험 판매에 주력한 결과다.

금감원은 “벌금·형사합의금 등은 여러 운전자보험에 가입해도 중복 보상되지 않는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보장을 확대할 목적으로 기존 운전자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면 불필요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계약 해지에 따른 불이익과 새로운 보험의 조건 등을 꼼꼼히 비교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금감원은 운전자 보험 중 만기에 환급금을 받는 상품은 환급금이 없는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두 배 이상 비싸므로 사고가 났을 때의 보장만 원한다면 순수보장형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형사합의금 특약에 가입한 경우 운전자가 자비로 합의금을 마련할 필요 없이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운전자가 돈을 구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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