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김희애, 박해준 /사진=JTBC 홈페이지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섰던 ‘부부의 세계’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지난 3월 27일 6.3%(닐슨코리아/전국)로 시작했던 ‘부부의 세계’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더니, 지난 16일 최고 시청률 28.4%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파격적인 소재와 속도감 있는 전개, 감각적인 연출, 몰입도 높이는 배우들의 열연은 ‘부부의 세계’를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 진가 발휘한 명배우 김희애와 보석 같은 배우들의 재발견
‘부부의 세계’는 첫 방송 전부터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김희애의 복귀작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내 남자의 여자’(2007), ‘밀회’(2014)로 희대의 불륜녀 캐릭터로 분한 바 있는 김희애가 다시 선보이는 불륜극으로 화제가 됐다. 바뀐 설정으로 그가 배우자의 불륜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어떻게 그릴 지도 기대가 모아졌다.
김희애는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 무너지는 아내의 모습과 불륜을 숨긴 주변인들에 대한 분노,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의 모습 등 극한의 상황에 몰아치는 감정 표현을 탁월하게 해냈다. 매 회마다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표현해 낸 김희애는 “감정 소비가 정말 많은 캐릭터라 매 신이 산 넘어 산이었다. 혼자 감정 컨트롤도 많이 해야 했고, 감정에 집중하려 노력했다”며 “정말 혼신의 힘을 다 쏟아서 후회도 없고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명대사를 남긴 박해준은 ‘국민 욕받이’로서 역할을 다했다. 김희애와 긴장감을 형성하며 허세 가득하면서도 애잔한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한소희는 대선배들과의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감정의 변화를 1차원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강약 조절로 불륜녀 여다경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이 밖에도 박선영, 김영민, 채국희, 심은우, 이학주, 전진서 등은 단지 지나치는 캐릭터가 아니라 극의 여운이 남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부의 세계’ 원작에는 없는 ‘여우회’ 설정 /사진=JTBC 홈페이지
◆ 리메이크의 좋은 예
‘부부의 세계’의 원작인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는 시즌2까지 이어지며 파격적인 스토리와 높은 몰입도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감각적인 연출로 정평이 난 ‘미스티’의 모완일 PD가 함께 해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은 ‘양날의 검’과도 같아 우려도 뒤따랐다.
‘닥터 포스터’는 한 시즌마다 5회씩 이뤄져 시즌2까지 총 10회로 마무리된 상태로, ‘부부의 세계’는 이 스토리를 16회로 확장해야 했다. 6회까지는 시즌1의 스토리와 유사하게 흘러가면서 자극적인 전개로 19세 등급을 받았다.
반면 7회부터는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지선우(김희애)가 여다경(한소희) 가족과 얽히게 되는 ‘여우회’와 민현서(심은우), 박인규(이학주)의 ‘고산역 추락사’ 등 ‘부부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다수 추가됐다.
‘닥터 포스터’의 원작자 또한 “감명 깊었다”며 “이혼 이후의 여성의 삶을 스토리 안에서 성공적으로 펼쳐냈다. 드라마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라고 성공적인 리메이크를 축하했다.
다만 이런 리메이크를 거치면서 가해자 시점의 VR 연출 같은 폭력적인 연출 기법은 구설수에 오르게 했다. 이 때문에 7회부터 15세 등급으로 진행하려던 ‘부부의 세계’는 9회부터 다시 19세로 상향 조정하게 됐다.
◆ 매회 신기록 낳는 화려한 성적표
‘부부의 세계’의 신기록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JTBC ‘SKY캐슬’가 남긴 종편 드라마 최고 기록(23.8%)을 넘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첫 방송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 ‘부부의 세계’는 이미 12회(24.3%)에서 이를 가볍게 넘어섰다. 최종회에서는 28.4%로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 종편, 케이블 포함 드라마 부문 7주 연속 화제성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비드라마를 합친 방송 종합 부문에서 7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배우들 화제성 역시 남달랐다. 김희애를 비롯해 한소희, 박해준 등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지수에 이름이 올랐다.
예능 프로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각종 패러디도 생겨났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뉴스 기사 수와 댓글 수, 동영상 조회수, VON(블로그 및 커뮤니티) 게시글과 댓글 수에서도 1위를 이어가면서, ‘쀼의 세계’라는 애칭까지 만들어졌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