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컴플라이언스 투자로 무역금융 리스크 줄여야

장지식 딜로이트 안진 재무자문본부 이사

장지식 딜로이트 안진 재무자문본부 이사

최근 국내 주요 은행 가운데 한 곳이 미국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8,600만달러(약 1,049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납부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수출입 무역을 통한 자금세탁 및 금융제재 대상 거래 적발 미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국내 무역업자가 이란과 제3국 간 중계무역을 하면서 원화 결제계좌를 이용해 수출대금을 받고 해외로 달러화를 송금하는 과정에서 허위 수출 계약서와 송장을 이용해 금융기관 거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당 금융기관은 무역 수출입 거래에 대한 금융제재 점검 시스템이 취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금융기관에서의 수입업무 절차는 외국환거래 약정, 수입신용장 개설, 선적서류 접수, 수입어음 인수 및 결제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에 접수되는 선적서류의 종류는 수백여쪽에 달하는데 기본적인 상업송장·선하증권·원산지증명서는 물론 물품 종류와 수량에 따라 제출하는 서류와 거래 정보의 양은 더욱 방대해진다.


금융기관은 제출된 선적서류 정보를 토대로 수출입거래 고객 및 거래 상대방 정보, 수출입 대행사, 선박 및 운송회사, 무역 대금 송금, 수취인 정보 등을 확인해 잠재적 금융제재 대상자 해당 여부(FATF 비협조국가인 이란·북한 국적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수출입 거래 물품이 자금세탁에 취약한 원자재·귀금속·마약류 품목에 해당하는지와 잠재적 군사 용도로 사용 가능한 품목인지 여부, 외부 관세청 통관정보 조회를 활용한 거래 진위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거래 검토 과정이 은행 직원의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검토 과정에서 정확한 체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융제재 대상 거래 건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 영업지점에서 매뉴얼 작업으로 거래정보를 입력·검토하고 여신심사를 거쳐 단기간 내에 거래 대금을 입금 처리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잠재적 제재 대상 거래자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는 간소화시키는 실정이다.

국내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완화하고자 광학적 문자판독장치(OCR) 기능을 활용한 자동 무역금융 제재 대상 검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방대한 서류에 대한 OCR 기능을 활용한 거래 정보 추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거래정보 분류 및 체계화, 외부 데이터베이스 연계를 통한 잠재적 금융제재 대상 거래 적발, 잠재적 금융제재 대상 거래 건에 대한 관리 프로세스 구축이 핵심이다. 국내 주요 은행기관 중 한 곳은 이미 이미지 인식기술과 머신러닝 기반의 제재법규 심사 시스템을 수출입 선적서류 심사에 도입했고 다른 은행들에서도 수출입 무역 자동화 및 무역기반 이상거래방지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컴플라이언스 영역에 대한 투자를 단순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일부 경영진이 존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기업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컴플라이언스 영역에 대한 투자를 선뜻 시행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선제적인 투자로 기업의 불확실성 요소를 줄여야 안정적인 성장전략을 펴나갈 수 있다. 기존 컴플라이언스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취약점을 분석해 OCR 및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무역기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및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진행해야만 국내 기업들의 수출입 무역금융거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고 향후 국제적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