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로도 ABS 발행…스타트업·中企 1,200곳 자금조달 숨통 튼다

■자산유동화제도 개선방안
ABS발행 신용도 제한 없애고
특허 수익권 등 활용자산 다양화
심사기간·등록 절차도 확 줄여
"단기자금시장 수요 많지 않을것"
일각선 정책 실효성 의문 제기


그동안 특허권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업력이 짧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제한을 받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신용평가 3사가 집계한 증권신용등급을 보유한 법인의 신용등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BB’등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29.1% 수준이다. 결국 70%에 가까운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없어 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기업에도 ABS 발행으로 ‘돈 가뭄’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18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자산유동화 제도 종합개선방안’은 이처럼 신용등급은 없지만 우량자산을 보유한 다양한 기업에 자금조달의 문을 넓히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자산유동화 제도는 기업·금융기관 등이 보유자산을 유동화 전문회사(SPC)에 매각하고 SPC가 해당 자산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로 당초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도입됐으나 외환위기가 지나간 이후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자산유동화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ABS로 대표되는 ‘등록 유동화’는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지난 2015년 205조원에서 지난해 213조원으로 사실상 정체됐다. ABS가 성장을 멈춘 동안 시장에서는 자산유동화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등록유동화(ABCP·AB전단채 등) 증권이 급성장했다. 실제로 비등록유동화 증권 시장점유율은 2015년 60%에서 지난해 76%까지 커졌다.

이처럼 ABS 시장이 정체한 데는 ABS법의 영향이 크다. 자금조달이 필요한 대다수 중소기업에 ABS 발행을 위한 등록·발행 절차는 큰 부담이다. 해당 절차를 준수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공시 항목은 중복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다양한 조치가 명시적 법규가 아님에도 규제로 작용하는데다 ABS법 제정 당시 유용했던 세제, 채권양도 등 특례까지 만료돼 ABS 제도를 이용할 실익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유동화 거래 참여자를 확대하고 활용자산을 다양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우선 기존 BB등급 이상으로 규정된 ABS 발행 ‘신용도 제한’을 폐지해 신용등급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 중소기업, 투기등급 법인의 참여를 독려한다. 현재 ABS 발행이 가능한 법인은 358개지만 신용제한이 폐지될 경우 1,228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권해석을 통해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IP)을 유동화 대상자산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현행법은 부실채권 유동화를 전제로 제정돼 유동화 대상자산을 ‘채권·부동산 기타의 재산권’으로 규정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무체재산권·장래자산 등이 유동화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비한다. 이 경우 특허권, 저작권 계약 등과 관련한 수익권이 신탁 방식의 유동화 대상자산으로 인정된다. 나아가 200억원 규모의 지식재산권 직접투자펀드를 조성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외감법인 등 단기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법인에 한해 이를 허용한다.

중소기업에 부담이 된 등록·발행 절차도 간소화한다. 투자자 보호에 영향이 없거나 법률상 실익이 없다면 등록은 ‘의무등록’에서 ‘임의등록’으로 전환되며 유동화계획 등록시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내용은 간소화한다. 이 경우 등록유동화 심사기간은 기존 10영업일에서 5영업일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이 같은 내용에 상반기 내 입법 예고를 추진하는 등 ‘자산유동화법’ 법령 개정에 착수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ABS 활성화 정책이 중소기업에도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기업금융 임원은 “3월 말 발행한 대한항공 ABS에서도 산업은행·증권사 등이 ABS를 인수했지만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여전히 떠안고 있는 형편”이라며 “단기자금 시장에서 BB 등급 기업의 유동화 증권 수요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혜·김민경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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