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정부가 4개 부처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1.5도 특별보고서’, 국제에너지기구의 ‘청정에너지 시스템에서 원자력’,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탄소 제약 세계에서의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 주요 20개국(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의 선언문 등에는 탈탄소 미래사회로 가기 위한 조건으로 원자력의 중요한 역할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 그린뉴딜 없이 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을 줄이고 수력·원자력·태양광·풍력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 하루 4시간 남짓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으로는 24시간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 수력 자원까지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석탄을 대체하려면 나머지 20시간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경우 석탄 발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LNG 발전이 탄소배출이 적기는 하지만 천연가스 누설 위험과 빈번한 출력 변동에 의한 배출량 증가를 고려하면 석탄 대비 청정성은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대안인 태양광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쓰는 방식은 순간적인 변동에 대처하는 용도일 뿐 대규모 전력저장 방식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석탄을 태양광과 LNG로 대체하는 것은 탈탄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굴뚝 없는 원자력을 태양광과 LNG로 대체할 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현재 탈원전 정책대로 신한울 3·4호기도 건설을 중단하고 계속운전도 불허한다면 대략 5.7조kwh의 원자력 전력생산량을 잃어버린다. 이를 LNG와 태양광·풍력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500조원 내외의 추가 비용이 생긴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탈원전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률은 2030년 23%, 2040년 38%다. 만약 이러한 인상요인을 가정용 요금으로 돌린다면 오는 2030년에 2배, 2040년에는 3배 올려야 한다. kwh당 60원 수준인 원자력을 120~160원인 LNG와 태양광으로 대체하는 것이니 당연한 결과다.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일단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정부가 없애버린 일자리부터 돌려놓는 것이 먼저다. 미국이 개발하는 미래형 중소형 모듈원전의 제작을 부탁받을 정도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 산업체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으로 결정적 타격을 받은 기업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일할 거리를 새로 주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탈원전으로 뺏어간 일거리를 돌려주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건설 재개에는 추가적인 정부 재원도 들어가지 않는다.
신한울 3·4호기는 최소 140조원어치의 전력 생산으로 한전에 60조원의 이익을 안겨줄 수 있어 요금인상 없이 태양광 보조금을 감당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광 보조금이 우라늄에서 주로 나온다. 운영 중인 우리 원전은 미국처럼 계속운전을 허용해서 80년 정도 이용해야 하고 관련 전문 일자리도 지켜야 한다. 있는 원전을 20년만 더 운전해도 추가 생산될 전력은 500조원에 이른다. 미국처럼 40년 더 운전하면 1,000조원에 이른다. 이보다 더 큰 경제효과가 있는 뉴딜이 있을까.
그린 원자력을 죽이면서 그린뉴딜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