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조선호텔 영문 ‘Chosun’서 ‘Josun’으로 바꿨다

정통성 있는 한글명 가져가고
한국적 발음도 고스란히 살려
"독자 브랜드 강조" 의도도


신세계조선호텔이 새로 개장하는 호텔에 영문표기를 기존의 ‘Chosun’이 아닌 ‘Josun’으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업계에서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신세계조선호텔은 오는 8월과 12월 새로운 5성급 브랜드 ‘그랜드 조선’을 선보이면서 달라진 영문 BI(Brand identity)를 공개한 바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조선’이라는 한국적 발음을 고스란히 살리고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조선호텔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방향을 강조하기 위해 영문 BI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조선이라는 정통성이 있는 한글명은 가져가면서도 외국인들에게 ‘초’가 아닌 ‘조’라는 정확한 발음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조선호텔은 우선 부산과 제주에 새로 선보이는 호텔에 변경된 영문표기를 사용하고, 기존 호텔의 영문표기도 점진적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조선호텔이지만 ‘웨스틴’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는 실질적인 독자 브랜드임을 강조하기 위해 영문명에 변화를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조선호텔의 영문표기가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승만 정권 당시인 1948년 탈일본화 정책으로 일본어식인 ‘Chosen’에서 Chosun으로 변경됐다. 일본 잔재를 청산하고 진정한 한민족의 ‘조선’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였다. 이번에는 일본이 아닌 신세계 만의 고유 브랜드를 강조하기 위해 영문표기를 바꿨다는 설명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두 번째 독자 브랜드인 그랜드 조선은 영문표기부터 먼저 독립한 셈이 됐다.

독자 브랜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입장에서 ‘레스케이프’와 달리 조선이라는 친숙한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차별화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영문표기 변화를 택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조선호텔은 1914년 처음 문을 연 이후 ‘최초의 엘리베이터’ ‘최초의 아이스크림’ 등 수많은 ‘한국 최초’의 기록을 남겼지만 그 역사만큼 무수한 손바뀜을 겪어야 했다. 일본에서 조선으로 다시 미군과 정부 소유로 넘어갔고, 외국계 투자자로 웨스틴과 국내 투자자로 삼성을 거쳐 다시 신세계로 소유권이 바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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