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조만간 나온다"장담하지만 치료제 高난도...희망고문 될수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美 모더나, 임상1상 성공…가장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녹십자도 도전
RNA방식 속도빠르지만 상용화까지 험난
"아무리 서둘러도 최소 5년" 전망도

2015A03 코로나 19 백신 개발 현황

미국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1상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 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모더나 외에도 국내외 주요 기업과 정부가 백신 개발에 뛰어들며 일상을 되돌려 놓겠다는 포부를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기존 백신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이 걸렸던 만큼 과도한 기대는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9일 업계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미국을 선두로 중국과 유럽·한국까지 주요 바이오·제약업체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러 업체 가운데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모더나다. 이미 45명을 대상으로 임상1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며 6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2상 등 다음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상용화도 가능하다고 모더나는 밝혔다. 통상 치료제 개발에만 적어도 18개월, 백신 개발에는 10년이 걸린다는 게 업계의 정설인데, 모더나의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이런 불문율은 모두 깨진다. 다만 모더나의 빠른 출발이 결승점에서 1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모더나가 채택한 핵산(RNA) 기반 백신 개발 방식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개발 과정이 빠르고 제조 비용도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을 입증한 사례가 없는데다 지금까지 한 번도 RNA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한 적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백신은 인종과 성별, 연령, 건강 상태 등 사람마다 다양한 조건과 관계 없이 안전성과 효과를 모두 담보해야 한다. 모더나가 임상 2~3상을 진행하며 수백, 수천명으로 대상이 확대된다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견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이라는 자체가 가장 큰 단점인 셈이다.

임상에 들어간 미국의 이노비오의 DNA 방식 역시 RNA와 마찬가지로 검증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DNA 방식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이를 단백질(항원)로 만들어줄 ‘전사인자’를 함께 몸 안에 넣어 면역T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역시 임상에 돌입한 중국의 칸시노바이오로직스는 단백질 백신 방식이다.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 항체를 만들어내는 항원을 여러 형태의 단백질 배양을 통해 백신으로 만들어 몸에 투입한다. 안전성과 효과성이 모두 높은 방식으로 꼽히지만 인체에 투입하는 과정까지 RNA나 DNA 방식에 비해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각국 기업과 정부가 백신 개발에 매달리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백신이 실제로 바이러스에 제대로 맞서 싸우는지, 인체에 안전한지 검증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섣불리 상용화했다 자칫 백신 자체가 독이 돼 몸속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국제 학술정보 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도 인공지능(AI) 분석 등을 통해 가장 빠른 백신이 나오기까지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혜숙 이화여대 의대 교수는 “과학적 설계와 평가 없이 백신을 개발하면 더 위험하다”며 “실용화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성도 중요한 요인이다. 백신 개발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접종 대상과 가격 형성 등도 주요 변수다. 개발사들의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메르스 등 감염병 백신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에는 수익성도 자리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전 세계 어디서든 백신이 개발되면 전체 인류가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국가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조만간 백신 개발 로드맵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우영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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