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담배 판매점에 진열된 액상형 전자담배.
정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발주 받은 기관에서 ‘쥴’ ‘릴 베이퍼’ 등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을 일반 궐련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반담배와의 과세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로 정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오는 7월 말 세재 개편 때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 인상안을 반영할 계획이다.
김홍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액상형 전자담배 제세부담금 개편방향’ 토론회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을 두 배 가량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액상 전자담배에 붙는 세율 조정을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지방세연구원에 연구용역을 공동 발주한 바 있다.
현재 판매가 4,5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개비가 들어가는 일반 담배의 제세부담금은 3,323원인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0.7㎖ 기준)에는 1,670원의 조세만 붙는다. 현행 제세부담금은 담배 유형에 따라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엽연초부담금, 폐기물부담금 등을 일정 비율로 정해 차등 부과하고 있다. 소비세의 경우 일반담배는 1,007원, 액상형 전자담배는 440원이다. 또 부가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세도 액상현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김 위원은 “동일한 과세 대상행위에 동일한 세 부담을 지우는 ‘조세 형평성’의 측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은 지나치게 낮다”며 “엽연초 부담금과 폐기물 부담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목을 올려 액상형 담배의 제세부담이 3,295원 안팎에서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위원은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즉 일반담배를 기준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을 똑같이 맞추는 ‘제 1안’ 외에 흡입량을 기준으로 한 대안도 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담배의 흡입횟수를 10회로 규정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10회 흡입하면 0.8~1.0㎖가 소모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바탕으로 김 위원은 액상형 전자담배 0.9㎖를 기준으로 담배 소비세를 일반 담배와 같은 1,007원으로 올리는 대안을 내놓았다. 이 안에 따라 다른 조세도 일부 조정되면 ‘제 1안’보다는 낮은 제세부담금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외 국가의 과세현황도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21개 주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한국이 부과하는 소비세보다 훨씬 낮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와 루이지애주는 1㎖당 0.05달러(약 61.2원)에 불과했으며 가장 높은 코네티컷주도 1㎖당 0.4달러(약 489.5원)으로 한국과 동일하게 0.7㎖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42.6원으로 한국(440원)보다 100원 가까이 낮았다.
액상형 담배에 붙는 세율 인상 논의에 대해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해외 국가와 비교해 액상형 담배의 세금이 이미 과도하게 높은데 다시 인상 논의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업계의 현실적인 의견을 반영한 세재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정부는 유해성 검증을 이유로 ‘사용 중단’을 권고하고 나서면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점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610만 포드(1포드=1갑)였던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올해 1·4분기에는 90만 포드로 급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