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분양가 묶인 동안...집값은 두배로

2016년 HUG 통해 분양가 통제
4년째 3.3㎡당 4,000만원대에
매매가는 77% 뛰어 '로또' 입증
전문가들 "채권입찰제 검토를"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격 통제를 본격화한 것은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다. 당시 정부의 통제로 서울 ‘강남권(개포·반포동)’ 분양가는 3.3㎡당 4,100만 원대에 형성됐다. 이후 약 4년 가량이 흘렀지만 현재 3.3㎡당 기준으로 강남권 분양가는 4,700만 ~ 4,800만 원대다. 반면 4,100만 원대에 선보인 이들 아파트 현재 가격은 7,300만 ~ 7,800만 원(3.3㎡당 기준)이다. 강남권 분양가가 4,000만 원대에 머무는 동안 집값은 8,000만 원대에 육박한 것이다. 정부가 만든 로또 아파트의 현 주소다.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4년 동안 10%대 오른 강남 분양가 =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아너힐즈’는 지난 2016년 8월 분양 당시 분양가가 3.3㎡ 4,137만 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분양가는 4,457만 원이었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인해 300여 만원 낮춘 4,137만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그로부터 3년 6개월 후인 2020년 1월. 디에이치아너힐즈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개포주공 4단지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가 분양을 시작했다. 이 단지의 3.3㎡당 분양가는 4,750만 원. 3년 6개월 전에 분양한 디에이치아너힐즈 보다 14% 오른 가격이다.


분양가 통제가 본격화 된 이후 강남권 분양가 상승률은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지난 2016년 10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의 ‘아크로리버뷰 신반포’는 3.3㎡당 4,194만 원 수준에 분양됐다. 그리고 올해 3월 말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인근의 ‘르엘신반포센트럴(반포우성 재건축)’의 분양가는 4,892만 원에 책정됐다. 3년 반 동안 반포 분양가도 16.6% 오른 것이다.

◇ 4,000만 원 아파트가 7,000만 원대로 = 사실 4년 여 기간 등을 고려해 보면 강남권 분양가는 소폭 오른 셈이다. 그렇다면 당시 4,100만 원대에 분양됐던 단지들의 현 매매가는 어떨까.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1월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94.29㎡가 28억 5,000만 원에 팔렸다. 3.3㎡당 기준으로 7,347만 822원이다. 3년 반 전 분양가였던 4,137만 원과 비교할 때 77% 가량 폭등한 셈이다.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2016년 10월 분양한 ‘아크로리버뷰 신반포’는 올해 4월 전용 78.48㎡ 규모가 26억 원에 실거래된 바 있다. 이는 3.3㎡ 당 7,826만 3,249원에 달한다. 이는 분양 당시 가격인 4,194만 원 대비 86% 가량 오른 가격이다. 강남권 분양가는 요즘도 3.3㎡ 기준으로 아무리 높아도 4,000만 원대 후반이다. 분양받기만 하면 수 억 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7월 말 이후로 다가오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분양가 통제가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까지 이뤄지면서 공급물량이 줄어들었고 이른바 ‘로또 아파트’ 분양은 더 나오게 된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 등 가격 통제 보다는 차라리 채권입찰제를 도입해 차익에 대해 채권을 팔아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