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8일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연단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의 하얗게 튼 입술에 참석자와 시청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기념식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여러 차례 입술을 굳게 다물던 문 대통령이었다. 이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해결에 몰두한 문 대통령의 피로도가 급격히 쌓인 영향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이 건강히 계시다”며 일각의 우려를 해소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춘추관을 찾아 ‘피곤함으로 인해 어제 대통령의 입술이 부르튼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따로 여쭤봤는데 피곤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술이 부르튼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 코로나 비상 대응 시기가 길어져서 대통령이 혹시 지친 게 아니냐는 댓글, 반응이 많았는데 불철주야 매진하는 것은 맞지만 피로함은 느끼지 않고 건강히 계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은 지난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부터 약 4개월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밖에서는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학교, 마스크 공장, 진단시약 개발업체 등 현장 곳곳을 누볐다. 특히 지난 3월 19일에 처음으로 시작된 비상경제회의는 4월 22일까지 한 달여 안에 다섯 차례나 열렸다.
틈이 날 때마다 코로나19 공동대응을 위한 정상통화도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2번(WHO 포함) ‘코로나 외교’를 진행했다.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공식 일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역임했을 당시 내려앉은 치아 10개를 뽑아야 했던 것처럼,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신체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주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까지 올해 연차를 하루도 소진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계획했던 연차를 취소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에 내려가려 했으나,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가 발생하며 연차를 취소하고 정상근무를 했다.
문 대통령의 올해 여름휴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취임 이래 처음으로 닷새로 예정됐던 여름 휴가를 취소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각종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