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집권 2기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 ‘-4%’라는 악몽 같은 전망이 나온 가운데 역성장을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향우 차이 총통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대만 독립’을 둘러싸고 중국·미국과의 힘겨루기가 치열해직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통신 등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일단 20일 취임식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약식으로 진행된다. 차이 총통은 오전9시(현지시각) 총통부에서 취임선서를 한 후 영빈관 격인 타이베이빈관으로 이동해 광장에서 대국민 취임연설을 한다. 타이베이빈관 축하연에는 해외 사절 등 200여명만 초청됐다. 공교롭게도 총통 취임식이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하루 전에 진행돼 중국의 ‘하나의 중국’ 주장과 대비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1기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대만 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총통 취임식은 약식이지만 향후 4년간 차이 총통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만만치 않다. 차이 총통은 가장 먼저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대만의 국제적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18~19일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세계가 방역 모범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미국·유럽 등에 대량의 의료물자를 공급하는 등 이른바 ‘마스크 외교’를 펼쳤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위치 설정도 쉽지 않다. 미국이 대만의 ‘뒷배’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미중 분쟁에 너무 빠지는 것도 피하고 있다. 일단 중국의 압력에 강하게 맞서면서 대만 내 지지기반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민주진보당 내 일부 강경파 사이에서는 헌법을 수정해서라도 공식 독립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차이 총통은 점진적 독립 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휘청거리는 경제다. 지난해는 미중 무역전쟁의 혜택으로 2.71%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1·4분기에는 1.54% 성장에 그쳤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대만의 올해 성장률이 ‘-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