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요? 못 할게 뭐가 있나 생각했어요. 할만 했어요.”

래퍼로서 거침없는 랩을 뱉는 것처럼 솔직했다. 19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은영은 취재진들 앞에서도 가감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대중에 래퍼 치타로 익숙한 김은영이 출연한 ‘초미의 관심사’는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단 하루 손잡은 극과 극 모녀의 예측불허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개봉 전이지만 영화를 4번 봤다는 김은영은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벅차올라 울었다고. 눈물이 나는 지점은 볼 때마다 다르지만, 엄마 생각이 많이 나 눈물이 많이 났단다. 영화가 모녀의 하루 해프닝을 다룬 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래퍼로서 이름을 알리고, 유명세를 탄 치타가 갑자기 배우로 데뷔하게 된 매개체는 역시나 음악이었다. 그는 “배우로 데뷔하려는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닌데, (연기를)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제 노래를 우연히 들은 영화사 측에서 영화에 쓰고 싶다고 하셨고, 영화 출연 제안까지 왔어요. 연기를 해보고 싶었고, 도전해보고도 싶었죠. 실제로 해보니 할 만했어요. 너무 좋은 스태프들, 조민수 선배, 감독님, 그 외에 많은 조연들까지. 그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생각보다는 수월하지 않았나 싶어요. 막상 스크린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니 익숙하지 않고 민망했지만요.”

이태원을 배경으로 내세운 영화는 이태원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드랙퀸, 동성애자, 타투이스트, 트랜스젠더 등의 인물들이 곳곳에 등장해 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시선을 전하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다.

“엄마와 딸이 하루동안 돈을 쫓으며 이태원을 샅샅이 뒤지는 내용이에요. 그 안에 편견을 담고 싶었고, 그래서 치타의 음악이 필요하고, 그 자체가 좋았어요. 원래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좋아하고, 사는 곳이기도 하고. 그 안의 다양함과 편견, 너무 많은 것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매력 있다고 생각했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편견을 다루는 영화에 출연한 김은영에게는 대중의 편견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 첫 연기 도전으로 연기력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고, 또 래퍼로서 강인한 모습이 부각돼 ‘센 언니’라는 이미지도 강하게 박혀있다.

“대중이 가진 저에 대한 선입견이요? 언제나 바른말만 하고, 성격도 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또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방송에서의 모습 말고도 많은 내 이야기가 있어요. 딱 걸크러시만 있는 건 아니예요. ‘쟤가 왜 연기를 할까?,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 등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상태예요. 괜찮아요. 못할 수도, 잘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에서 그는 일찍이 엄마 품을 떠나 이태원에서 잘 나가는 가수 ‘블루’로 활동 중인 ‘순덕’으로 출연한다. 비교적 본인과 싱크로율이 높은 캐릭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김은영과 영화 속 순덕은 60%~70% 정도 닮았다고.

“순덕이는 차분하고 냉소적이에요. 많은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는 아니죠. 어떤 때는 저와 맞기도 하지만, 평소 저는 감정표현을 그대로 드러내고 싫은 걸 말하지 않고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 다른 부분도 있어요. 제 자신은 순덕이 반, 엄마 캐릭터 반을 섞은 것 같아요. 엄마의 왁자지껄한 모습도 있고…. 내 모습은 엄마 역할의 캐릭터와 더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초미의 관심사’는 김은영의 연인 남연우 감독과 호흡을 맞춰 더 주목받고 있다. 영화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사랑에 빠지게 된 두 사람은 2018년부터 공개 열애 중이다. 최근 MBC 리얼리티 프로그램 ‘부러우면 지는거다’에 출연해 연애담을 공개해 화제를 이끌어낸 바 있다.

“(제작사에서)남연우라는 감독이 있는데 함께 해보는 게 어떠냐 해서 처음 만나게 됐어요. (연인으로 발전한 후)크랭크인하면 감독과 배우 관계로 가자고 상호 합의했죠. 공과 사를 구분하기 위해 거리를 많이 뒀어요. 감독님은 감독으로서 몰두하고, 저는 조민수 선배님과 붙어있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연인이라는 게 밝혀지고 혹 영화에 해가 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이왕 알려지게 된 거 부끄러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영화고, 연애는 연애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작품의 개봉 시기는 분명 적기라고 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한국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고 있고, 이태원 클럽발 확진지가 퍼진 시점에서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관객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다. 그는 예상 관객수로 30만명, 그것도 많다면 10만명 정도를 예상했다.

“어제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영화에 이태원의 활성화된 그림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이태원 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다시 원상복귀 되는 모습을 더 많이 바라고 소망하게 됐어요. ‘초미의 관심사’도 개봉이 한 달 정도 연기됐어요. 더 미루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죠. 상영관에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지만, 집에서도 볼 수 있고 경로는 많으니까. 그냥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차라리 이 시기에 개봉해서 이태원발 코로나를 향해 욕도 하면서,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그 부분을 지금 이 시기에 공유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