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S] “점점 강화되는 국가 감시체계…인권보호 원칙 동시에 마련돼야”

■인터뷰: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교수
코로나 이후 각국 개인정보 취득 및 활용 강화
민간기업 데이터 활용도 덩달아 더 늘어날 것
개인들 빅테크기업 데이터 오남용 잘 인지못해
민감한 기술 사용땐 정보인권 강화 노력 필요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정보 인권과 데이터 활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오승현기자

“코로나19 발병 이후 각국이 국민생명 보호라는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추적하는 명분을 쉽게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병 사례에서도 보다 명확한 개인정보보호 원칙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교수는 19일 “우리의 경우 아직은 ‘빅브러더’의 도래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염자 동선 추적과 ‘안심 밴드’라고 불리는 신체감시장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가 좀 더 강력한 감시장치를 도입하려는 욕망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된지 10여년이 지났고 민감한 기술이 도입될 때는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가 ‘기술영향평가’를 하는 합의구조까지 있지만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정보 인권과 데이터 활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 발생 등 특수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 원칙으로 △재난 특별조치나 명령 발동의 경우 그 범위나 시기 제한을 명시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종료할 것 △확진자와 사망자 등 감염 통계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 △감염정보 수집의 목적 제한을 명시하고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의 최소주의 원칙을 지킬 것 △감염(의심)자의 민감한 개인 식별정보를 공개하거나 누출하지 않을 것 △감염 위기 종료시 개인 정보를 완전히 파기할 것 △보편적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큰 감시기술을 도입할 때는 프라이버시 또는 정보 인권 전문가를 포함한 관련 감독기관의 안전지침 아래 제한적으로 활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사진=오승현기자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국의 개인정보 취득 및 활용이 한층 강화되면서 민간기업이 확보한 개인정보 활용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이미 민간기업이 사적 영역에서 취득하던 정보를 국가가 취합하고 분석한 사례가 적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 국가안보국(NSA)이 운영한 프리즘(PRISM)과 중국의 사회신용제도가 대표적이다. NSA는 전자 네트워크망과 항공 드론 등을 통해 작동하는 에어 핸들러(Air Handler)란 무선망과 함께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협조를 받아 민간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 및 사찰했던 정황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중국은 위챗 등 토종 닷컴 기업들로부터 받은 정보로 후베이성 주민들의 코로나19 확진 노출 위험 정도를 녹·황·적 스마트폰 관리 코드로 달리 매기고 거주 이동의 자유를 엄격히 통제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아직 이 정도로 일상 속에서 민관 합동의 체계화된 통제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방역 당국이 보여준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파악과 정보수집 능력을 볼 때 이후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민간 기업, 특히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선도기업들의 폭넓은 정보수집 및 알고리즘 분석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정보가 오·남용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지만 정작 개인들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용자의 비정형 데이터, 즉 정서·감정·위치·취향·생체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무차별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고 인공지능에 의해 분석되고 있다”며 “하지만 사용자들은 서비스 이용을 위해 자발적으로 정보를 내놓은 협력자가 되는 것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국가의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가 ‘빅 브러더’처럼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반면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사진=오승현기자

이 교수는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키우기 위해 의료기록 등 개인정보의 폭넓은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코로나19 등) 비상시국에서 임시로 적용했던 프라이버시 민감 기술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회 인프라로 들러붙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기술은 법·제도와 달라서 한번 사회에 도입되면 큰 물리적 사고만 없다면 일상으로 스며들고 인공 ‘환경’이 되어서 사후에 뒤바꾸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도의 디지털 기술 인프라를 얻는 것 만큼 그에 합당한 정보 인권 강화와 기술 민주주의적 가치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