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애와 부부애로 굳게 뭉쳤다”···군대판 부부의 세계

육군훈련소의 신병훈련 소대장 부부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해군 군무원 부부
코로나19에 대응에 앞장 선 공군 부부

김현규(왼쪽)·김나영 상사 부부. /사진제공=육군

오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군인·군무원의 길을 함께 걸으며 전우애와 부부애를 쌓고 있는 군인·군무원 부부들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육군훈련소 소속 김현규 상사(27)와 아내인 김나영 상사(27)다. 2018년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은 신병훈련 소대장으로서 함께 정병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신병훈련을 전담하는 훈련부사관이다. 훈련부사관은 체력·군사교육·근무평정이 우수한 중·상사급 부사관 중 선발과 교육과정을 거쳐 보직한다. 이 때문에 부사관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소수만이 선택을 받는 직책이며, 부부가 함께 임무수행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2015년 훈련부사관으로서 꿈을 이룬 두 사람은 육군훈련소에서 함께 근무하며 처음 만났다. 당시 남편은 MBC 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 출연해 ‘꿀성대 교관’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현규 상사가 김나영 상사에게 마음을 적극 표현했다. 그러나 김나영 상사는 김규현 상사의 유명세가 부담스러웠지만 진심어린 마음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모든 훈련부사관들이 선망하는 ‘올해의 훈련부사관’으로 부부가 동시에 선정돼 육군참모총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부부가 그 동안 수상한 표창과 상장을 모두 합하면 70개가 넘고, 태권도 단수는 7단이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천마부대 소속 김임수 원사(47)와 아내 박철순 원사(46)는 지난 1995년 결혼을 했다.

두 사람은 1995년 강하훈련을 함께 하면서 처음 만났다. 아내 박 원사가 소속된 여군 중대 팀이 김 원사가 소속된 지역대와 강하훈련·행군·해상훈련 등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결혼까지 이어졌다.

강하 훈련을 계기로 맺어진 부부연이기에 고공강하로 결혼식을 해보자는 선배의 제의에 따라 지난 1999년 ‘고공강하 결혼식’이라는 이색 웨딩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김 원사는 지난해 12월 낙하산 강하 4,075회 기록을 달성하며, 현역 장병 중 최다 강하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아내 박 원사도 지난해 11월 낙하산 강하 987회를 기록했다.

김 원사와 박 원사는 “20년 넘게 부부와 전우로서 다져진 신뢰로 흔들림 없는 가정을 만들었고, 그 가정 덕분에 안정적인 군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해군 군수사령부에서 함께 근무하는 군무원 부부 9쌍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해준 의료진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

해군에서는 함께 근무하는 군무원 부부들이 ‘덕분에 챌린지’ 행사를 진행했다.

20일 열린 이 행사에 참석한 부부들은 ‘덕분입니다’라는 글자를 새긴 비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나누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헌신한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다.

이 비석은 2015년 군수사령부 본관 준공 당시 세워진 것으로 ‘덕분입니다’라는 글귀에는 해군의 전승을 위해 군수지원에 주력하는 군수사령부 부대원과 해군 장병·군무원 모두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에 참가한 배창근(48·6급)·박주경(48·5급) 부부는 “부부의 날이 아니더라도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며 “해군 가족들이 코로나19 위협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모두 의료진과 생활 속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는 장병들 덕분”이라며 부부의 날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

조성래(50·6급)·이은주(46·6급), 강봉철(46·6급)·서은경(43·7급), 장영기(39·7급)·박재연(34·7급), 최명기(33·9급)·변세희(33·7급) 부부는 모두 대학 시절 만나 해군 군무원 임용을 함께 준비해 꿈을 이룬 커플이다.

조성래·이은주 부부는 1997년 동기로 임용돼 23년째 해군에서 근무하고 있다. 강봉철·서은경 부부는 2015년 능력개발교육 위탁생으로 선발돼 2년간 함께 공부하며 군사관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강창명(36·7급)·박지희(33·9급) 부부는 한국 해양대학교 재학 당시 만나 2009년 각 각 해군 소위(NROTC 54기), 해병대 소위(OCS 106기)로 임관했다. 전역 이후에도 함께 해군·해병대에서 근무하고 싶었던 이들 부부는 차례로 해군 군무원으로 임용됐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며 24시간 함께하는 부부도 있다. 해군 군수사 함정기술연구소 기관연구과에서 함께 근무하는 이재영(32·6급)·정현주(31·6급) 부부는 같은 부서에서 함께 근무하니 직장생활을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다며 부대 내 커플의 장점을 소개했다.

해군 군무원 남편의 길을 따라간 아내도 있다. 1999년 군무원 생활을 시작한 하용운(48·6급) 군무주사의 아내인 김귀애(42·8급) 군무서기는 2016년 38세의 나이로 군무원에 임용됐다.

김 군무서기는 “세 아이의 엄마로 육아를 하면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해군 군무원이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1년 동안 집안일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도와주며 시험 준비를 도와준 남편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해군 군무원은 총 4,300여이며, 이 가운데 21%에 달하는 900여명이 여성이다. 해군은 “해군 군무원 지원율이 최근 3년간 약 27대 1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며 “올해에만 1,200여명의 여성이 지원해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고 전했다.

서종철(왼쪽)·김미정 중령 부부가 ‘덕분에 챌린지’ 수어 동작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지난 2월부터 약 3개월간 만나지도 못한 채 각자의 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공군 부부도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공군 제10전투비행단 항공의무대대장인 서종철 중령(43·공사 47기)과 제11전투비행단 항공의무전대장인 김미정 중령(42·간사 41기) 부부다.

의무특기인 이 부부는 소속 부대의 항공의무지원 임무를 총괄하는 지휘관으로서 평소 장병 및 군무원의 건강관리와 환자 진료·처치 및 질병 예방활동 등 다양한 임무들을 관장해왔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자 이들은 각 부대의 의무분야 총책임을 맡았다. 이들은 검체채취반과 역학조사반을 이끌며 유증상자의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증폭(PCR)검사를 의뢰하고, 유증상자의 이동동선 파악 및 격리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도록 했다.

공군 관계자는 “서 중령과 김 중령은 부대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코로나19 예방수칙·소독방법 등을 장병들에게 세세히 교육했다”며 “이들 부부를 비롯한 휘하 의무인력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소속 부대에서 집단감염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됐던 대구에 위치한 11전비에서 근무 중인 김 중령은 “코로나19가 무섭게 퍼져나갔던 2~3월에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며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 준 전 부대원들에게 감사하고,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 남편에게도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3년 결혼 후 약 4년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이번에도 코로나19 상황 대응을 위해 약 3개월간 떨어져 지내다 휴가제한 조치가 해제된 지난 5월 초에 만날 수 있었다.

서 중령은 “군인으로서 임무 수행을 위해 임지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일과 육아를 모두 도맡아 하고 있는 아내에게 항상 미안하고 감사하다”며 “두 아들에게 언제나 든든하고 모범이 되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아내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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