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제 사라지면 통신비 폭탄?...“요금올라" VS "오히려 인하"

[통신요금 인가제 30년만에 폐지]
■인가제 폐지 효과 논란
시민단체 "통신비 고삐 풀려" 비판
정부는 "유보신고제로 방지 가능"
공인인증서 폐지·SW진흥법 등
ICT 숙원法도 줄줄이 국회 통과


통신요금 이용약관인가제(요금인가제) 폐지 효과를 놓고 통신비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요금 경쟁으로 오히려 인하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요금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요금인가제로 통신사 ‘복붙 요금제’ 부작용=인가제는 유무선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새 요금을 출시하거나 요금을 인상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이는 통신시장의 과점사업자가 후발주자를 막기 위해 낮은 상품을 내놓거나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과도한 요금을 출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 1991년 도입됐다. 하지만 SK텔레콤(017670)이 요금제를 정부에 제출하면 다른 사업자들이 비슷한 ‘복붙(복사 붙여넣기)’ 요금제를 내놓는 일이 반복되면서 ‘요금 담합’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4년부터 인가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가제와 같은 낡은 규제를 털어내야 요금 담합이 아닌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폐지 시 요금 인상 VS 그럴 일 없어=인가제가 요금 담합의 부작용을 낳았다면 인가제 폐지는 요금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동안 시민단체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인가제가 사라지면 통신비 인상의 고삐가 풀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참여연대는 20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요금 인상을 견제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수단을 스스로 폐기하고 이동통신의 요금결정권을 사실상 통신 3사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과거와 현재의 시장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쉽게 요금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전에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상당한 지배를 했지만 지금은 여러 사업자와 알뜰폰까지 생겼다”며 “자유경쟁체제에서는 요금 인하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기부에 따르면 2002년 3월 기준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52.8%지만 △2010년 3월 50.1% △2020년 3월 42.1%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50%를 넘는 지배적 사업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요금 인상보다는 여러 서비스를 포함한 요금제로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이동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경쟁환경이 갖춰져 있다”며 “요금을 올려 사업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가제 폐지는 요금 인하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고 요금결정권한만 이동통신사에 넘겨준 최악의 반서민 민생악법이자 통신 공공성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인가제 대신 ‘유보신고제’ 효과 있을까=정부에서 인가제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제시한 제도는 ‘유보신고제’다. 이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신고한 새 요금제를 정부가 15일 내 반려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유보신고제가 요금 인상을 막을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기부와 기획재정부·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까지 거치며 한 달 이상 걸리던 요금제 심사 절차가 빨라져 다양한 요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15일이라는 심사기간이 요금제의 효과를 따져보기에 너무 짧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심사기간이) 한 달일 때도 시간이 부족해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절반으로 줄이면 충분히 심사를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집중적으로 하면 15일 안에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공인인증서 폐지 등 ICT 업계 숙원 법안 통과=한편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숙원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일단 복잡한 절차로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해온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폐지된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의 ‘패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인증’ 등 다양한 민간 인증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SW산업진흥법’도 가결됐다. 이 법안은 SW 인력의 처우를 보장하고 공정거래를 유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밖에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의 통과로 전자문서도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이문서와 같은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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