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왕국을 구축했던 일본 소니가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금융 부문을 낙점하며 전자·엔터테인먼트·금융을 망라한 종합그룹으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회사명을 ‘소니그룹’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 19일 약 4,000억엔(약 4조5,000억원)을 투입해 금융자회사인 ‘소니파이낸셜홀딩스’를 완전자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소니파이낸셜 지분율 65%를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소니파이낸셜은 인터넷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 등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요시다 겐이치로(사진) 소니 사장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소니에는 여전히 전자회사의 요소가 남아 있다”며 “사명 변경을 통해 금융을 핵심사업으로 하는 등 사업영역을 다시 정의하겠다”고 밝혔다.
소니에서 금융 부문은 ‘알짜사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금융사업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020년 3월기(2019.4~2020.3) 기준 1,296억엔으로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소니의 금융자회사 지분율이 100%에 달하면 연간 순익은 400억~500억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니파이낸셜의 연간 순이익은 2018년 519억엔에서 지난해 621억엔으로 약 20% 늘었으며 총자산은 약 14조5,000억엔에 달한다.
금융사업 강화는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전자나 엔터테인먼트 등 핵심 부문과 금융을 조합하면 고객과의 접점을 보다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자동차의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자동차보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센서란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이미지로 보여주는 반도체다.
소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간편결제 등 핀테크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은 선진국 중 현금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페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 알리바바가 스마트폰 결제서비스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대출사업을 하고 있으며 미국 애플도 신용카드 등 금융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들의 일본 진출 가능성이 떠오르는 가운데 소니가 승부수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소니의 변신은 금융사업에서만이 아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히라이 가즈오 전 회장은 수익성 없는 사업을 과감하게 버리는 전략을 취했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 전지사업과 PC 관련 사업을 매각했다. 다만 주주들로부터 매각 요구를 받아온 영화·음악 등 콘텐츠 사업은 지키고 있다. 오히려 2018년 록밴드 퀸의 저작권을 보유한 미국 EMI뮤직퍼블리싱을 2,900억엔에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아울러 세계 1위 이미지센서 기업으로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이미지센서를 개발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게임 사업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 판매 부진에도 유료회원을 늘리는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왔다.
이번 금융사업 강화안을 놓고도 일각에서는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는 소니가 너무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소니파이낸셜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고조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소니 측의 판단이다. 겐이치로 사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꾸준한 수익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소니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이미지센서는 미국의 화웨이 규제 강화로 매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TV사업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절벽으로 올해 부진이 예상된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