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日화학社 투자…M&A 속도내나

반도체 소재 강점 쇼와덴코 지분 4.4% 1,600억에 매입
신동빈 '과감한 선제투자' 주문..포트폴리오 강화 나설듯


롯데케미칼(011170)이 일본 화학기업 쇼와덴코의 지분 매입에 1,617억원을 투자했다. 유력한 기술을 보유한 일본 화학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검토하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은 일본 출장 이후 두 달 만에 임원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에 대비해 과감한 선제 투자를 주문하기도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쇼와덴코 지분 4.46%를 사들였다. 쇼와덴코는 반도체 소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에 강점을 지닌 중견 화학기업이다.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배터리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어 승리하기도 했다.

이는 신 회장이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력한 기술을 갖고도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일본 회사가 많다”며 M&A 의지를 드러낸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1·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스페셜티 제품은 물론 재무 성과가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범용 제품을 가진 업체의 M&A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에 롯데케미칼이 지분 투자나 M&A 등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 19일 롯데지주(004990) 대표이사 및 각 실장, 4개 BU장이 참석한 임원회의를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과감한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주문했다. 특히 신 회장은 일본에서 현지 경제계 관계자들과 만나고 글로벌 경제 상황을 살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그룹 전략 방향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있다”며 “종식 이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게임의 룰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가 쌓아온 경쟁우위가 그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상되는 트렌드 변화와 우리 사업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성장 가능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용 제품에 강점을 가진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제품군을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4분기 8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올레핀 사업에서 117억원, 아로마틱스 사업에서 40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스페셜티 사업군인 첨단소재 사업과 롯데정밀화학에서는 각각 410억원,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투자 실탄이 될 롯데케미칼의 현금성 자산은 3조7,706억원으로 풍부하다. 부채비율도 43.4%에 불과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확대돼 M&A 시장에 다양한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면서 “견조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여러 옵션을 가지고 M&A 기회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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