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도로공원 내에 위치한 한강종합개발 준공 기념 조형물./서윤기 서울시의원 제공
서울시가 ‘전두환 칭송 공적비’ 논란을 빚었던 청담도로공원 내 한강종합개발 준공 기념탑·기념비 철거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조만간 공공미술위원회를 개최해 삼성동 청담도로공원에 건립돼 있는 한강종합개발 준공 기념탑 철거를 심의할 계획이다. 공공미술위원회는 서울 시내 주요 장소에 설치되는 동상과 미술품, 조각상, 조형물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외부 전문가와 서울시 공무원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청담대교 남단 올림픽대로와 맞닿아 있는 청담도로공원은 삼성동 북쪽에 위치한 소규모 공원이다. 도보 접근이 어려워 차량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지만 지대가 높아 전망이 우수한 편이다. 별도 주차장도 있어 출퇴근시간 ‘졸음 쉼터’로도 인기가 많다.
공원 중앙에는 지난 1986년 한강종합개발 준공을 기념하는 대형 기념탑이 서 있다. 기념탑에 조성된 표지석에는 전 전 대통령의 기념사와 미당 서정주 시인이 헌사한 시문이 함께 있다. 시문에는 ‘우리 대통령 전두환님께서 이 정화의 종합개발을 하게 하시어…(중략)…우리 미래의 역사를 도와 길이 지켜 주시옵소서’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한강종합개발 준공 기념비에 적혀 있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헌시./서윤기 서울시의원 제공
서울 시내 한복판에 전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칭송 기념비가 버젓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간 시민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의 철거 요구가 잇따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공원 이용객이 적은 탓에 공론화에 이르지 못하자 서울시는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조형물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지적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공적비 철거를 위한 검토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윤기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관악2)은 “친일파로 불리는 서정주 시인이 헌시를 쓴 전두환 칭송 공덕비가 아직도 버젓이 서울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며 “민주주의의 미래를 개척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전두환 공덕비는 하루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서정주 시인이 전두환 대통령에게 헌사한 '한강종합개발' 표지석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