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최전선”이라던 학교, 등교 첫날부터 집단감염 위험 노출

인천서 학생 2명 양성 판정...63곳 전원 귀가·3곳 등교 연기
안성서도 확진판정자 동선 파악안돼 9개교에 등교 중지 내려
청주도 5명 의심 증상...인천 66개교 고3 온라인 학평

20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기 전에 체온측정 및 손 소독을 하고 있다./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정보다 80일 늦게 학생들을 맞은 학교가 고3 등교 첫날부터 대혼란을 겪었다. 코로나19 감염 학생이 발생한 인천에서 66개교에 등교연기나 전원귀가 조치가 내려지고 경기도 안성에서는 확진자의 불분명한 동선 때문에 9개교에 등교중지가 내려졌다. 코로나19 사태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가며 정부가 등교를 강행했지만 첫날부터 학교 방역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천시교육청은 20일 오전10시30분께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등 5개 구 관내 고등학교 63곳에 전원귀가 조치, 3곳에는 등교연기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나머지 5개 군구는 정상적으로 등교했다. 이는 인천 미추홀구 비전프라자 건물 2층 탑코인노래방을 방문한 학생 2명이 이날 오전6시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노래방은 앞서 이달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강사 A(25)씨의 제자(고3·인천 119번 확진자)와 그의 친구(인천 122번 확진자)가 지난 6일 방문한 곳이다.

20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기 전 체온측정 및 손 소독을 하고 있다./오승현기자

확진 학생 2명은 이미 자가격리 중이었고 이날 새벽 노래방 인근 학교 3곳에 등교연기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들의 동선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자 교육청이 미추홀 등 5개 구 학교 63곳에 전원귀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상훈 인천시교육청 대변인은 “일부 확진자가 다중이용시설을 많이 이용하는 등 확인되지 않은 동선이 많다”며 “학생들이 해당 시설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크고 이런 상황에서 등교 시 감염 우려가 커 모두 귀가 조처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에서도 이날 9개 고등학교에 등교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전날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 A씨(안성시 3번 확진자)의 동선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성교육지원청과 안성시는 21일 학력평가를 고려해 9개교 3학년 학생을 등교시키기로 결정했지만 감염자 발생 우려는 여전하다.

이 밖에도 경북지역에서는 32개 학교 학생 59명이 고열·설사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귀가 조치됐다. 충북 청주에서도 이날 오전 학생 5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상 등을 나타내 119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유은혜(오른쪽)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 마련된 등교수업지원 비상상황실에서 현황을 살피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당초 예정된 인천 안남고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등교가 중지된 66개 학교 학생들은 21일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온라인으로 치르고 해당 학교는 이번주 까지 원격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등교수업 재개 여부는 확진자가 다닌 연수구 소재 체육 관련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한 학생 145명과 접촉자 700여명에 대한 검체검사 결과를 종합해 22일 오후 판단할 예정이다. 나머지 학교는 정상 등교하여 응시한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등교수업 첫날부터 학생 확진자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교육부, 방역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등교시기 등을 결정하고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봉명고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들이 등교에 앞서 각 학교에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의 분반 운영을 권고했지만 일부 학교는 한 반에 40명 이상을 수용한 채 수업을 진행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급 인원 수가 평균 34명, 최대 43명에 달하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립고는 분반 없이 그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당국이 30명 이상 과밀학급에서 ‘거리두기’가 어렵다며 분반 등을 권고했지만 학교마다 여분의 특별실 상황이 달라 권고안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교사는 하나인데 분반해 수업을 두 번 할 여력이 안 된다. 사물함을 빼고 시험 대형으로 책상을 배치해도 학생 간 1m 간격이 나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며 소독이나 환기로 감염을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1일 학력평가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등 등교를 계속할 입장이지만 일일 확진자가 30명대로 급증한데다 인천 고등학생 확진자의 동선 파악이 뒤늦게 진행되면서 학교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등교 전 발열 자가검진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 다수 있고 학교에 지도인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등교 전 자가진단 문진표 작성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이 10~20% 정도 돼 오늘 아침에 또 안내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고교 3학년생인 강현주군은 “등교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쉬는 시간에는 마스크를 별로 안 쓸 것 같다”며 “지역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데 등교를 조금 더 연기해도 괜찮았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창영·한민구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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