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객 및 본질적인 경쟁력이라는 요소를 경영기조에 추가하겠습니다.”
권봉석 LG전자(066570) 최고경영자(CEO)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 행사장에서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 구미 TV 사업장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는 것 또한 이 같은 본질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LG전자의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부분의 기업이 안정적 공급사슬망관리(SCM)를 위해 ‘리쇼어링’ 정책을 검토 중인 와중에 되레 해외 공장을 확충하려는 LG전자의 방침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인건비 등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 확보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공장 증설을 계획한 만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애초 계획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공장 증설을 기반으로 아시아 및 국내 TV 생산라인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글로벌 TV 생산의 ‘핵심기지(Mother Factory)’ 역할을 하는 구미 사업장을 필두로 권역별 거점 생산체제를 강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구미 사업장은 신제품 양산성 검증 및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하며 롤러블이나 월페이퍼와 같은 첨단기술이 필요한 최상위 프리미엄 TV 생산을 전담한다. LG전자 TV 사업부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한층 확대되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역량 강화가 기대된다. 아시아 지역은 올 1·4분기 LG전자 HE 사업본부 매출의 13.5%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며 베트남·필리핀 등 경제성장률이 가파른 신흥국이 자리하고 있어 향후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번 생산라인 재편으로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도 어느 정도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자국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하이센스·TCL·샤오미 등을 주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퀀텀닷(QD) 디스플레이와 마이크로 LED 등의 제품군을 내년께 내놓을 삼성전자(005930)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공장 이전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장 이전과 관련해 중국 업체의 저가 물량공세 속에서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갖는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구개발(R&D)이나 일부 서비스업이 아닌 인건비 및 원재료 부담이 큰 제조업의 경우 해외 이전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사업에 유리하다는 것이 산업계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또한 경기도 수원 TV 생산라인을 2018년 베트남으로 완전히 이전했으며 LG전자 MC 사업본부는 평택 스마트폰 라인을 지난해 베트남으로 옮겼다. 올 초에는 OCI와 한화솔루션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 및 낮은 전기료 등을 기반으로 물량을 쏟아내는 중국 업체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LG화학이 구미에 5,000억원가량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지난해 발표한 만큼 같은 그룹사인 LG전자 입장에서는 해외 공장 확장 발표에 따른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려면 수도권 규제 완화와 세제혜택 등 그럴듯한 당근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LG전자는 이번 공장 이전과 관련해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사무직 및 기능직을 포함한 구미사업장 인력을 전원 재배치할 계획이다. TV 관련 직원 500여명 가운데 대부분을 같은 사업장 내 TV 생산라인과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에 배치하며 일부 직원은 TV 관련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경기도 평택의 LG디지털파크로 근무지를 재배치한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