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계지출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외식·오락 등을 줄이면서 소비지출이 크게 감소한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교회·절 등 종교단체에 내는 기부금마저 줄었기 때문이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4.9% 감소하면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전년보다 7.9%포인트 하락했다. 100만원이 있으면 67만원을 쓸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 역시 2013년 1·4분기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지출은 287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6.0%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외부 활동이 필요한 소비는 크게 감소한 반면 가내 소비는 늘어나면서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먼저 의류·신발 지출은 11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28.0% 줄었다. 학원비 감소와 고교 무상교육 시행 등으로 교육 지출은 전년보다 26.3% 감소한 26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오락·문화 지출 역시 18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25.6% 줄었다. 단체여행비와 공연·극장 등 문화서비스 지출이 각각 51.9%, 16.4% 감소한 영향이다. 외식비 등 음식·숙박 지출도 11.2% 감소한 35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은 44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10.5% 늘었다. 특히 가내 소비 증가와 함께 가격이 인상된 채소와 육류 지출이 각각 23.2%, 13.6%씩 증가했다. 보건 지출도 27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9.9%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스크 구입이 늘면서 의료용소모품 지출이 131.8%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경우 교육(-49.8%),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46.7%), 의류·신발(-36.0%)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지출이 감소했다. 대신 식료품·비주류음료(10.5%)나 주류·담배(9.2%)를 주로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도 오락·문화(34.4%)나 의료·신발(-24.7%) 소비는 줄였지만, 자동차구입·연료비 등이 포함된 교통(27.5%)부문에서는 지출을 크게 늘렸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도 106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부모·자녀·친지 등 다른 가구에 지출하는 가구간 이전지출이 28만5,000원으로 10.1% 줄었고, 교회 헌금 등 종교단체 기부금을 나타내는 비영리단체 이전지출도 10만2,000원으로 12.7% 감소한 영향이다. 반면 사회보험료는 17만5,000원으로 10.7% 늘었고, 이자비용도 10만8,000원으로 7.2%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건강보험요율과 고용보험요율이 상승하면서 사회보험료 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코로나19가 소득보다 지출에 훨씬 더 민감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비지출 감소 형태는 과거 경제위기 때와 다르다는 분석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계절적 영향으로 1·4분기 때 전년도 4·4분기보다 소비지출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지난해 4·4분기에 비해서도 지출이 감소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항목별 지출 증감이 다른 것은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했을 때도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