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IEW]'꼰대'라 불리던 사람, 결국 '우리'가 될 수 있다

갑에서 을, 을에서 갑으로 전세가 역전된 두 사람. /사진=MBC 제공

본 방송 전부터 ‘갑을(甲乙) 체인지’라는 콘셉트로 화제가 된 ‘꼰대인턴’이 첫 방송부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20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연출 남성우/극본 신소라) 시청률은 1회 4.4%, 2회 6.5%(닐슨코리아/전국기준) 로 이날 방영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신입사관 구해령’ 이후 MBC 수목극의 첫 방송 시청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꼰대인턴’의 출발은 한동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MBC 드라마 측에도 긍정의 신호탄인 셈이다. 특히 MBC는 미니시리즈 부분에서 몇 년째 저조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최근 종영한 ‘그 남자의 기억법’,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등은 마니아 층에게 인기를 얻으며 ‘명작’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시청률에 있어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오후 8시 55분, 변경된 편성시간에 맞춰 출사표를 던진 ‘꼰대인턴’이 MBC의 구겨진 자존심을 세워주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송에서는 옹골식품 인턴 시절 이만식(김응수) 부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던 가열찬(박해진)이 준수식품에 취업한 후 ‘핫닭면’을 히트시켜 35세에 부장이 된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후 옹골식품에서 밀려난 만식이 준수식품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두 사람의 전세가 역전되는 엔딩이 펼쳐졌다.

‘꼰대인턴’은 초반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사회 초년생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현실에서처럼 극 중 인턴에게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인턴 박해진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왜 기회를 안주냐고”라며 울분을 토하는 장면엔 인턴의 답답한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 악질 부장 김응수는 그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어”라는 말로 면박을 주면서도 복사, 커피 심부름, 심지어 아들의 숙제까지 시켰다. 인턴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이처럼 공감 있는 이야기도 이목을 끌었지만 주연 박해진·김응수의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이 극 몰입도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박해진과 ‘현실 꼰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김응수의 연기는 현실판 ‘갑을 관계’라 해도 손색없었다. 두 사람 다 강렬한 캐릭터로는 지지 않았다.

1회 주요 장면. / 사진=MBC 제공

박해진은 직장 상사의 쏟아지는 갑질에 힘들어하는 어리버리 말단 인턴으로 완벽 변신했다. 부장의 구박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았다. 그는 잘생긴 외모와 지금껏 드라마를 통해 구축해온 완벽남 이미지를 내려놓고, 데뷔 14년 만에 처음인 코믹 연기에 온몸을 불사 질렀다. 인도를 겨냥한 채식 라면 CF에서 그가 선보인 인도 의상과 콧수염, 실룩 춤은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반면 김응수는 ‘상꼰대’의 전형과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실사처럼 표현해냈다. 직장에서 팀원들에게 카리스마를 내뿜으면서도 상사에게 굽신대는 그의 연기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만식’ 그 자체였다. 그는 요즘 시대에 필요한 자격증 하나 없이 명퇴한 후, 탑골 공원 등에서 시간을 때우다 결국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하는 짠한 면을 부각 시켜 우리네 아버지들을 있는 그대로 대변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극의 빠른 전개도 시청자들을 지루할 틈 없게 만들었다. 드라마는 5년 만에 입장이 완전히 달라진 부장과 인턴의 이야기를 1회 안에 LTE급으로 풀어냈다. 그 속에서 드라마는 ‘꼰대’라 불리던 사람들이 결국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던져주었다. 극 말미에는 면접에서 ‘폭탄’이라 생각했던 새 인턴 이태리(한지은)가 등장하면서 순탄했던 가열찬의 직장생활에 고난이 찾아올 것임을 예고해 다음회를 향한 기대감도 높였다.

몇 년째 저조한 드라마 성적표를 받은 MBC는 편성에 승부수를 던지며‘꼰대인턴’을 기대작으로 내걸었다. 시작이 나쁘지 않다. 상극의 박해진과 김응수, 그리고 아직 오픈되지 않은 오피스 동료들까지. 이들이 침체된 MBC 드라마를 살려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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