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에 침몰한 미 핵잠수함 ‘스코피언’의 이물 모습. /위키피디아
냉전이 한창이던 1968년 5월, 미 해군 잠수함 사령부에 비상이 걸렸다. 대서양을 초계 중이던 잠수함 1척의 행방이 묘연해진 탓이다. 실종 함정은 공격용 핵잠수함인 스코피언(USS-589). 수중배수량 3,124톤짜리 스킵잭(Skipjack)급 공격원잠(총 6척 건조)의 3번함으로 1959년 건조된 신형함. 미 해군의 간판격 잠수함이었다. 소련 해군의 심장부에 바짝 침투해 잠망경으로 미사일 발사 장면을 촬영하고 유유히 빠져나온 적도 있다. 건조비만 4,000만달러(요즘 가치 4억7,000만달러·비숙련공 임금상승률 기준)가 들어간 핵심전력의 실종에 미 해군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스코피언함의 마지막 교신은 5월21일 자정. 미 해군은 스코피언함이 5월22일부터 통제불능(침몰) 상태에 빠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대적 수색에 나서면서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모항인 버지니아주 노퍽항에 도착 예정이던 5월27일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승조원 가족들이 술렁거렸다. 언론의 취재에도 미 해군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원자로와 핵 어뢰라는 초민감 사안 때문이다. 침몰 잠수함의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유출되거나 적재한 MK-45 핵 어뢰(폭발력 11킬로톤·히로시마 원폭의 73%) 두 발이 폭발할 경우에 대한 대응방안에 고심했으나 뾰족한 대책 없이 시간만 흘렀다.
미 해군은 결국 사건 발생 2주 만인 6월5일 실종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6월30일에는 보유 함정 목록에서 지웠다. 세계는 핵 오염의 위협에 떨었으나 그해 11월에 발견된 잔해에서는 다행스럽게도 핵 물질 유출이 발견되지 않았다. 미 해군은 갑작스러운 침몰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해왔으나 사건 발생 52년이 지나도록 오리무중이다. 초기에는 소련의 공격설이 나왔지만 해저 감청시설 판독 결과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함내에서 소규모 폭발이 발생하고 3분12초 만에 조함 기능을 잃었다는 분석이 정설이다.
내부 폭발의 원인은 무엇일까. 무수한 해석이 나돈다. 확실한 것은 한 가지. 함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36개월 걸릴 창정비 기간을 9개월로 단축하고 서둘러 임무에 투입한 게 치명적 사고를 낳았다. 공교롭게도 1968년은 미국 원잠과 소련·프랑스·이스라엘의 디젤 잠수함이 비전투상황에서 침몰하는 사고도 있었다. 노후화와 정비 불량 탓이다. 늦더라도 철저한 정비만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침몰 잠수함을 찾기 위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받은 탐사팀은 1912년 가라앉은 대형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발견하는 덤도 얻었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