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점화된 모빌리티 갈등...카카오 "AI로 콜몰아주기 안돼"

카카오 AI배차 어떻길래
택시 " 더 먼 블루T에 배정"주장
카카오 "거리 아닌 도착 시간 고려
고객 평가 등 반영해 배차" 반박
가맹 확장에 택시 경계감 작용한듯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사진제공=카카오모빌리티
“더 멀리 있는 카카오(035720)T블루가 배차되고, 카카오T블루가 더 많은 장거리 콜을 뛰는 걸로 보아 카카오모빌리티는 소속 택시에만 좋은 콜을 몰아주고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의 국회 통과 이후 잠잠했던 모빌리티 업계에 다시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택시업계가 우버, 카풀, 타다에 이어 이번에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해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택시 업계의 의혹 제기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스템상 ‘콜 몰아주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21일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배차 시스템에 의해 콜을 배정하기 때문에 특정 서비스나 차량에 콜 배정 우선 순위를 두거나 인위적으로 콜을 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AI 배차 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T 앱에서는 단순히 호출 승객과 택시의 거리가 가깝다고 해서 배차가 이뤄지지 않는다. ‘택시가 얼마나 승객에게 빨리 도착할 수 있는가(ETA)’가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고, 여기에 같은 ETA 반경이라도 평가가 좋은 택시일수록 배차에 유리하다. 또 승객이 ‘만나지 않기’를 설정한 기사는 ETA 반경 안에 있어도 배차되지 않는다. 이를 종합해 고려해보면 택시 업계가 “더 멀리 있는 카카오T블루가 배차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카카오는 콜을 특정 택시에게만 몰아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아울러 카카오T블루는 자동(강제)배차되기 때문에 일반 중형택시가 거절하는 단거리 콜을 더 많이 수행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카카오T블루가 5km 미만의 단거리 운행을 완료한 비율이 일반 중형택시보다 9% 가량 높다.

일각에서는 택시업계가 이처럼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면서까지 카카오모빌리티에게 화살을 돌리는 이유가 “빠른 가맹택시 확장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케이엠솔루션(구 타고솔루션)을 중심으로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운행 지역을 빠른 속도로 넓히고 있다. 서울특별시·대구광역시·대전광역시·경기도 성남시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5,200여대 규모로 서비스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서비스를 연내 전국 1만대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택시업계가 가맹택시 확장을 경계하는 이유는 카카오T블루나 마카롱 택시 등 가맹택시가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고, 별도의 기사 교육을 통해 높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법인 택시들은 정부가 올해부터 ‘사납금제’ 대신 기사가 수입 전액을 회사에 내고 월급을 받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기로 했음에도 많은 경우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 질에 관계 없이 사납금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았던 법인택시로서는 운송 실적이 매출로 직결되는 전액관리제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택시업계 내부에서 나온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가맹택시가 자동배차 등 높은 수준의 서비스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전액관리제도 시행 못하고 있는 기존 택시 업계 입장에서는 이 같은 사업 확장을 경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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