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중국을 목표로 친미(親美) 국가들로 구성하려는 경제블록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EPN)’에 한국도 참여하라는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추진하는 EPN 구상과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제품 불매 압박 전략을 공식적인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받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싸움에 전형적으로 끼인 국가가 된 만큼 당장 미국이 원하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 장비 이용 논란 등 미중 갈등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과 관련해 미국 측의 입장을 잘 알고 있고, 필요한 사항들은 재외공관에 지시해 추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관련 사항을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도 논의·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조정회의 가동을 위한 여러 가지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안보·경제 등 모든 면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으로 진단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적극적인 EPN 참여를 요구하는 가운데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시간끌기’ 전략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편가르기’가 시작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중국 때리기’로 극복해 표를 얻으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선거전략”이라며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한국으로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라 여기서 빠져나오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준다”며 “아직은 정치적 수사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구체적인 계획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가 상당히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라도 돼야 (한국 정부가) 미국 편을 들 텐데, 현시점에서는 그렇게 할 필요성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윤경환·박우인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