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28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시장이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관심은 한국은행이 추경과 기금 조성 등으로 커진 장기채 물량 부담 해소를 위해 국고채 매입 의지를 내비칠지에 쏠린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보다 1.9bp(1bp=0.01%포인트) 내린 연 0.837%에 장을 마쳤다. 나흘 연속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난 13일 기록한 사상 최저치(0.856%)를 경신했다. 5년 만기 국고채도 1.5bp 하락하며 최저 수준을 새로 썼다.
채권전문가들은 최근 채권금리 하락의 원인을 기준금리 인하 전망으로 보고 있다. 채권의 경우 통상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될 때 수요가 늘어나 가격은 올라가고 금리는 떨어지게 된다. 월초에 현대차증권이 주요 12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달 금통위에서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곳이 7개사, 동결을 전망한 곳이 5곳으로 양분됐던 데 반해 금통위가 다가오며 금리의 향방은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에는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가급적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0%에 충분히 가까운 수준으로 최대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프랑스국책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이 한은의 0.25% 금리 인하를 전망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관심은 금통위에서 한은이 국고채 매입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내비칠지 여부다. 정부가 펼치고 있는 재정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 안정과 저금리 기조 유지가 필수다. 최근 기준금리의 잇따른 인하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10년물을 비롯한 장기채의 금리 인하 폭은 상대적으로 적어 장단기 국고채 금리 차가 연초의 두 배 이상인 50bp를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진행된 1차·2차 추경에 이어 다음달 중으로 예정된 3차 추경과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등으로 장기채를 중심으로 물량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하락하고 내수·고용·수출 등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됐지만 추경에 따른 물량 부담이 해소되지 못하며 장단기 금리 격차는 축소되지 않고 있다”며 “그간 투자가 활발했던 주요 기관투자의 채권 투자 강도가 약화될 여지가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보다 적극적인 국고채 매입을 시사하지 않을 경우 수급 부담이 가중되며 스프레드 확대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