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와 경제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신냉전’이 격화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도,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외교전략의 한계에 갇혀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성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은 접을 때가 됐다. 경제를 의존하던 중국으로부터 사드 설치와 관련해 보복을 당하고, 안보를 의존하던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압박을 받는 시대에 맞지 않는 논리다.
이제 ‘균형외교’를 내세운 위험한 줄타기 외교에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외교의 중심을 잡아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을 기초로 안보·경제 협력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미국 중심의 EPN과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중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야 한다면 무게중심을 EPN에 둘 수밖에 없다. 중국과 충돌하지 않고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되 공급망과 수출시장의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1%를 차지한 중국에만 기대지 말고 시장을 동남아·중동·중남미 등으로 다변화해야 중국의 입김에 휘둘리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또 첨단기술 분야에서 동맹인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일부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기술을 압도하는 초격차 전략으로 중장기적으로 먹고살 길을 찾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