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뒤안길-국보 제209호 보협인석탑]석가 일생, 그림 그리듯 아름답게 구현

국보 제209호 보현인석탑. 지난 2018년 3차원(3D) 촬영 등 과학적 구조진단을 받았고 서울 중구 동국대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특수한 모양(異形)을 가진 석탑의 역사에서 경주 불국사 다보탑, 구례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과 함께 주목해야 할 탑이 국보 제209호 보협인석탑이다.

일반적으로 넓은 처마를 가진 석탑과는 달리 네 모퉁이에 꽃잎을 90도로 접어 올린 듯한 지붕이 특징이다. 지붕의 중앙에는 구멍을 파고 그 주위로 활짝 핀 꽃잎을 펼쳐 상륜이 놓일 자리를 꾸몄다. 탑의 기단 각 면에는 연꽃대좌에 나란히 앉은 불상 2구를 배치했다. 몸돌에는 부처의 전생 이야기 4장면이, 그 위 지붕돌에는 석가의 일대기가 16장면으로 표현됐다.


원래 이 탑은 천안시 북면 태평리 탑골계곡의 절터에서 무너진 채 발견됐다. 고려시대 절터였을 것이라는 추정뿐 전하는 기록이 없었던데다 이 같은 형태의 탑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기는 처음이었다.

탑의 유래를 짚어보니 10세기 중국의 오월국 왕 전홍숙(948~978년)에 다다랐다. 그는 인도 아육왕이 부처의 진신사리를 8만4,000기 탑에 나눠 봉안했다는 조탑(造塔)고사를 흠모해 여러 재료로 많은 수의 탑을 만들게 했다. 그 안에 탑의 조성 공덕을 강조한 ‘일체여래심비밀전신사리보협인다라니경’, 일명 ‘보협인다라니경’을 봉안한 까닭에 이런 종류의 탑은 ‘보현인탑’이라고 불리게 됐다.

국보 제209호로 지정된 이 탑도 그 영향을 받았으나 훨씬 다루기 어려운 돌을 사용했고 부처님의 전생과 현생 이야기를 그림 그리듯 아름답게 구현했다는 점이 뛰어나다. 이 석탑의 등장으로 그간의 석탑신앙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서 ‘보협인다라니경’으로 대전환을 이루게 되므로 탑의 특출한 조형성 못지않게 신앙사적으로도 중요하고 고려시대 석조미술에서 첫손에 꼽히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어 더욱 의미 깊다.
/손영문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전문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