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核탄도미사일 추진 우려... "전략 무력 고도화 새 방침"

金 '전략 무력'에 ICBM·SLBM 포함 분석도
일각선 "기존 신종무기 4종 실전배치" 반론
WP는 '미국, 28년만 핵실험 재개 검토' 보도
'핵전쟁 억제 강화'는 미국겨냥 압박 메시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긴 막대로 스크린을 가리키며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국가 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라”는 주문을 내놓은 가운데 그의 의도가 ‘핵전력으로 전쟁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을 밀어붙여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제시한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실험과도 관련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북한 매체들이 전한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 ‘조선인민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를 두고 제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느슨해진 군부를 다잡고 내부 결속을 꾀한다는 평가 속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전략 무력’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ICBM이나 SLBM도 포함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형 잠수함 진수식과 SLBM 시험발사 등이 임박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국가 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조선인민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소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신병 이상설’을 무릅쓰고 이어진 잠행도 전략 무기의 고도화 작업과 무관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이달 5일(현지시간) ‘신리 탄도미사일 지원시설’이라는 보고서를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북한이 평양 순안국제공항 인근 ‘신리’라는 곳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확장과 관련한 것이 거의 분명한 대규모 시설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새 시설 가운데 천장 고도가 높은 건물은 ICBM인 ‘화성-15’와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크다. 존 랫클리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같은 날 미국 상원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의 계속되는 핵무기 보유와 이를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 추구는 여전히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군 고위층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는데 무엇보다 북한 미사일 개발 분야의 핵심 인사인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점이 눈에 띄었다. 리병철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진 핵심 인사로 꼽힌다. 김 위원장 집권 후 수년간 주요 무기 실험 현장에서 김 위원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리병철 외에도 박정천 군 총장모장이 차수로,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대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은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표현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를 이어가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북한이 미국에 다시 한 번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이달 15일 국가 안보 기관 수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미국이 지난 28년 동안 중단됐던 핵실험 재개를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중 간 신냉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연말까지 북미협상이 없다고 한 상황에서 군사분야에서의 논의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핵 억제력 강화라는 표현이 2년 만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주재하는 김정은. /연합뉴스

다만 김 위원장의 ‘전략 무력’ 발언을 당장 ICBM이나 SLBM과 바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아직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신형 초대형 방사포 등 북한의 신종전술무기 4종의 실전 배치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ICBM이나 SLBM과 같이 새로운 전략 무기 개발이나 실험보다는 기존 전략무기의 운영과 관련한 방침들이 설정됐다는 의미가 강해 보인다”며 “‘포병의 화격타격능력 결정적으로 높이기 위한 중대한 조치’는 지난 해부터 개발해 온 신종 무기들의 신규 부대 조직편성을 의미하고 리병철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임명은 지속적으로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 20일 ‘정령’을 통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인 4월25일을 국가적 명절로 다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북한은 광복 이후 1948년 2월8일 정규군이 창설된 날을 건군절로 기념해 오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시기인 1978년부터는 김일성 주석이 1932년 조선인민혁명군(항일빨치산)을 조직했다는 4월25일을 건군절로 바꿨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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