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싱가포르가 우리의 답이 될 수 있을까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싱가포르, 中에 통큰 투자로 우애

남중국해 사태에는 美 입장 지지

양국 사이서 똘똘한 전략자산 키워

韓도 미중갈등 헤쳐갈 혜안 찾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일전을 선언했다. 대선용이겠지만 국제사회에 이는 파문은 엄청나다. 전 세계는 지난 22일 개막된 중국판 국회(양회)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중국이 어떤 선언을 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차분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폐막하는 오는 28일 정도에 뭔가 터질지는 모른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은 중국을 통해 상당한 제품을 만들어 미국을 포함한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동북아시아 지역의 싱가포르가 될 수 없을까 자문해본다.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 일본 점령, 말레이시아 연방을 거쳐 1965년 독립 국가가 됐다. 중국과는 1980년 무역대표부 설립에 이어 1990년 국교를 수립했다. 되돌아보면 40년 중국 고속성장의 최대 수혜자였다. 인구 600만명, 면적 700㎢, 1인당 소득 6만4,000달러로 초일류 국가로 변모했다. ‘지경학적 상황’을 적절히 고려한 똘똘한 정책을 채택해 시행해온 결과였다.

제일 중요한 것이 집단지성을 통한 지도자의 국제관계를 보는 혜안 확립이다. 고인이 된 리콴유 전 총리가 그 중심에 있었다. 1990년대 초 중국이 톈안먼 사태로 국제적 곤궁에 처했을 때 구세주 역할을 했다. 미국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에 대항해 아시아적 가치를 주창했다. 동시에 중국 대륙 출신 기업가를 포괄하는 세계화교상인대회를 발족시켰다. 이론적으로 뒷받침 하기 위해 세계화교학회 창립도 지원했다. 서방 주도의 일방주의에서 동양과의 균형 가능성을 주도적으로 열어둔 것이다. 궁지에 몰려 있던 중국에 엄청난 원군 역할을 하게 됐다. 시대정신에 따른 의제를 선점한 것이다.

동시에 실리적인 경제교류 관계를 추구했다. 싱가포르는 국부펀드를 통해 중국 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실행했다. 지금껏 총 1,000억달러를 투자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쑤저우 지역의 싱가포르공단 건설이었다. 1994년 중국 중앙정부와 공동으로 총 278㎢의 쑤저우공단을 개발하되 80㎢ 규모의 개발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정부가 전권을 행사했다. 경제 심장부가 장쑤·저장·상하이를 망라하는 화둥지역임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상하이와 난징의 중간인 쑤저우를 선점한 것이다. 쑤저우공단은 현재 연간 2,743억위안(약 380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하고 있다. 이 공단 개발의 성공을 기반으로 싱가포르형 공단 개발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톈진 생태단지, 광저우 지식산업단지, 지린 식품단지, 청두 과기산단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중국 비즈니스의 해외진출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 총 2조달러 가운데 싱가포르가 523억달러(2.5%)를 유치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싱가포르는 중국과 연간 1,000억달러의 교역(의존도 13.5%)을 하고 있다. 중국은 싱가포르의 최대 교역국이며 싱가포르는 중국의 14대 교역국이다. 또한 중국 화폐 국제화에도 적극적이다. 결국 중국 경제발전의 본류에 관여하고 있다.

물론 중국만을 지원하는 행보를 한 것은 아니다. 2015년 시진핑·마잉주 회담에 이어 2018년 트럼프·김정은 회담 개최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중국의 남중국해 사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아직까지는 군사적으로 미국과의 동맹, 경제·통상적으로는 국익우선주의에 기반한 자율 행보가 특징이다. 싱가포르가 우리의 대외통상정책, 특히 미중 간 갈등 속에서 헤쳐나갈 혜안을 주는 롤모델을 제공해준다고 할 수는 없다. 남북한 갈등관계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범중화권이다. 일각에서는 리 전 총리가 작고한 2015년 이후에는 싱가포르 모델의 시효가 끝났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싱가포르형 정책의 기본은 똘똘한 전략적 자산을 키우는 것이다. 훨씬 주도적일 필요성도 제시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를 맞더라도 피해를 극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중 분쟁이 당장 극단으로 치닫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간이 있다. 계속해서 우리의 자체적이고도 독특한 경쟁력 키우기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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