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잘 지냈나요. (총선 때)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4·15총선에서 당선된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은 황 전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친황계와 거리가 먼 편인 그는 “안부와 총선 당시의 어려움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느낌만 말하자면 ‘대선 주자인 본인을 반대하는 목소리만 내지 말아 달라’ 이런 뉘앙스였다”고 설명했다. 황 전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는 당선자는 한둘이 아니다. 5월 중순께부터 여기저기 안부 전화가 돌았다. 황 전 대표가 총선 후 본격적인 재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황 전 대표가 본인이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치 1번지’ 종로에 장학재단을 설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통합당 혁신을 맡으면서 야권 대권 주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김 내정자는 당을 다시 정권을 찾을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혁신하고 이에 맞는 대권 주자를 만든다.
홍준표 전 대표는 8년 만에 국회로 돌아오기에 앞서 최근 보좌진들을 모아 대권 준비를 위한 각오를 밝혔다. 한 측근에 따르면 “거친 말로 싸우지만 이미지가 상하는 정치인이 될지, 품격 있는 정치인으로 남을지 고민이 된다”는 말을 털어놨다.
홍 전 대표의 주변 인사들은 총선을 전후로 다시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는 데 대해 걱정의 고언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23일 “와각지쟁(蝸角之爭·작은 일로 싸운다)을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복당을 두고 당과 싸우고 177석의 거대 여당에 맞서기보다 “개원이 되면 전국적으로 대국민 정치 버스킹에 나서겠다. 제가 과연 국가를 운영할 자질이 되는지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기회를 가지겠다”고 밝혔다.
‘개혁보수’의 좌장 유승민 의원은 정치적 고향 대구로 돌아가 바닥을 다진다. 한 측근 의원은 “최근 서울에서 거처를 옮겨 대구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래 대쪽같은 스타일이라 야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통합당 내의 주류 세력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의 대표적인 ‘개혁·소장파’ 정치인인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내년 대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측근은 “주변에서는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는 2022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해”라며 “제주도지사를 두 번 하며 국가 운영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도지사를 더하기보다는 바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구경우·김혜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