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25일 자선 골프경기 ‘더 매치’에서 10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호비사운드=USA투데이연합뉴스
경기 뒤 코로나19 자선기금 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선수들. 왼쪽부터 필 미컬슨, 톰 브래디, 페이턴 매닝, 타이거 우즈. /호비사운드=EPA연합뉴스
7번홀에서 100야드 버디를 잡은 뒤 세리머니하는 톰 브래디. /호비사운드=USA투데이연합뉴스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메달리스트GC 3번홀(파5). 미국프로풋볼(NFL) 최고 스타 톰 브래디(43)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벗어나자 뒤에 있던 타이거 우즈(45)가 한마디 했다. “오, 페어웨이에 잘 떨어지겠는걸. 3번 말고 7번홀 페어웨이.” 슬라이스가 너무 심해 ‘남의 집’으로 들어갈 것 같다는 얄미운 농담이었다.
‘더 매치’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은 대회였지만 오랜만에 경쟁에 나선 평균나이 45.5세의 ‘아재’들은 빗속에서도 시종 해맑았다. 주말골퍼들처럼 짓궂게 상대를 공격하는가 하면 ‘굿샷’을 한 뒤 과장된 동작과 ‘셀프 환호’로 분위기를 띄웠다.
각각 남자골프와 NFL의 최고 라이벌인 우즈-필 미컬슨(50), 페이턴 매닝(44)-브래디가 출전한 이 대회의 이름은 ‘더 매치: 챔피언스 포 채리티’. 매닝과 팀을 이룬 ‘골프황제’ 우즈는 미컬슨-브래디 조를 한 홀 차(1UP)로 따돌려 18개월 전 미컬슨에게 당한 연장 패배를 설욕했다. 지난 2018년 11월의 ‘더 매치 1탄’은 900만달러를 놓고 벌인 승자독식의 1대1 매치였다. 이번 2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금 2,000만달러(약 248억원)가 모였다.
베일에 싸였던 우즈 경기력은 B+? |
가장 눈에 띈 것은 100%(14/14)를 기록한 페어웨이 안착률이었다. 미국 골프위크는 “전반 폭우 속에서도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은 선수는 우즈뿐이었다. 공식 경기 출전을 기다리는 골프팬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며 우즈에게 B+점수를 매겼다. 코스 내 리포터로 변신한 세계랭킹 4위 저스틴 토머스는 “페어웨이 히팅머신 같다”며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우즈는 롱드라이브 콘테스트가 진행된 3번홀(파5)에서 장타 보너스 150만달러를 따냈고 4번홀(파3) 니어핀 대결에서도 아이언 티샷을 핀에 가장 가까이 붙여 12만5,000달러를 가져갔다. 그는 “여기가 바로 우리의 경기장이고 이게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오늘은 일상으로 돌아온 특별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열정남' 브래디100야드에서 '쏙' |
그러다 7번홀(파5)에서 어깨를 폈다. 100야드쯤에서 친 네 번째 샷이 멋지게 백스핀을 먹고 홀로 빨려 들어가 버디를 잡았다. 엄청난 운동량과 엄격한 식단조절로 유명한 ‘열정남’ 브래디는 이날 아침 18홀을 따로 돈 뒤 경기에 나설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비록 넷 중에서는 가장 나쁜 점수인 C+를 받았지만 그는 11번홀(파4)에서 먼 거리 이글 퍼트를 집어넣는 등 명장면을 여럿 남겼다.
이날 경기는 전반 9홀을 각자 공을 쳐 좋은 성적을 팀 성적으로 삼는 포볼로, 후반 9홀은 각각 티샷한 뒤 좋은 공을 택해 번갈아 치는 변형 얼터네이트 샷 방식으로 진행했다. 정규대회 마지막 날 입는 빨간색 셔츠 차림으로 나선 우즈는 유쾌한 입담으로 경기 분위기를 이끌었다. 5번홀(파4)에서 미컬슨이 먼 거리 칩샷을 하기 전에 그린 위의 볼을 치워달라고 요청하자 우즈는 “US 오픈 메달 중에 하나로 볼 마크해도 될까”라고 도발했다. 우즈가 아니면 하기 힘든 농담이었다. US 오픈 3승 기록을 내세워 준우승만 여섯 번인 미컬슨을 ‘저격’한 것이다. 이후 미컬슨은 짧은 파4 홀인 11번홀(342야드)에서 제대로 한 방을 날렸다. 50세의 나이에도 무시무시한 장타로 홀 주변에 티샷을 떨어뜨린 것이다. 미컬슨은 앨버트로스(기준 타수보다 3타 적게 홀아웃)를 노리기라도 한 듯 “아깝다”고 외쳐 웃음을 안겼다. 우즈의 파트너인 매닝은 16번홀(파3·212야드) 티샷을 핀에 바짝 붙이는 등 핸디캡 6.4의 고수다운 기량을 과시했다. 우즈는 “매닝 덕분이다. 미컬슨을 이기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스타그램에 적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