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해진 文 대통령, 모두발언에 '위기' 8번이나 반복

[긴박했던 국가재정전략회의]
‘전시’ ‘비상’도 두차례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 속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네 번째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비상시국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확장적 재정 방침이 이어졌지만 그 필요성을 내세우는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25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의 모두발언에서는 ‘위기’라는 표현이 8번이나 등장했다. 지난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단 한 차례 언급된 단어였다. 지난해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전시’ ‘비상’이라는 단어는 각각 두 차례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경제 전시상황”으로 진단한 후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확장적 재정 기조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외국의 사례까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포함해 41% 수준”이라며 “3차 추경까지 하더라도 110%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가채무비율의 증가 폭도 다른 주요국가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우리의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설명으로 적극적 재정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에서는 정부의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간의 노력을 치하하기보다는 앞으로의 ‘할 일’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재정 투입으로 “우리 경제의 외연도 넓어졌다”고 높이 평가했지만 올해는 한국판 뉴딜, 3차 추경 추진 등 산적한 과제를 하나씩 나열하는 데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날 회의는 1년에 한 차례 개최되는 재정 분야의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인 만큼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전 국무위원과 대통령 직속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및 여당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 원내대표로서 처음으로 참석했고 지난해 기재부 2차관이었던 구윤철은 신임 국무조정실장으로 회의에 다시 함께했다. 올해 초 기재부 경제예산심의관에서 승진 기용된 양충모 재정관리관은 사회자로 마이크를 잡았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