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시 재정"…더 심한 비상상황에선 어쩔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을 의식한 듯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38.1%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2차 추경 반영 시 41.4%로 높아졌다. 이어 30조원 이상 규모의 3차 추경을 편성할 경우 0%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한다면 국가부채비율이 44.4%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세수 감소세를 따져보면 46.5%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110%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을 60%까지 높여도 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국가채무비율은 이미 70%대로 올라섰다. 더구나 우리는 통화발권력으로 재정적자를 보강할 수 있는 기축통화국도 아니다.

또 하나 간과한 것은 고령화 변수와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세입이 줄어드는 반면 지출은 급증하기 마련이다. 통일비용은 추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다.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으로 고령화와 통일 대비가 거론된다.

문제는 지금이 터널의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보다 더한 고통과 비상상황이 기다리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때 가서 또다시 ‘전시상황’이라며 수십조원의 추경을 편성하고 나서면 뒷감당은 누가 하겠는가. 이럴 때일수록 장기전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하고 최소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대의 재정효과를 내야 한다. 포퓰리즘에 빠져 돈을 퍼붓기보다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줄이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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