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카스만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세미나 화면캡처
美, 하반기에 두자릿수 성장…부양책 금융위기 때 3배
브루스 카스만 JP모건체이스 글로벌 경제연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성장률은 연환산 기준으로 -18%를 기록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일 것”이라면서도 “공격적인 봉쇄조치를 반영해 날카로운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가 2·4분기에 43.8%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도 3·4분기부터 되살아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미국은 하반기에 두자릿수 성장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분기 대비 연환산 기준으로 3·4분기 23%, 4·4분기 13%입니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3~4월부터 꽤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국과 서유럽은 경제활동을 재개했다”며 “셧다운(폐쇄) 해제라는 작은 변화는 초기에 큰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추가로 유례없는 통화와 재정정책도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 세계적인 재정부양책이 반등을 기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인데 우리 추정으로 올해에만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어설 것”이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가 약 1%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경기진작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JP모건은 세계 성장률을 3·4분기에 36.9%, 4·4분기에 9.7%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전체로는 -4.7%지만 내년에는 6.1%라고 내다보고 있죠.
코로나19로 급감했던 미국의 항공 탑승객 수가 경제활동 재개와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겹치면서 다시 늘었다. 전문가들은 항공수요 증가세가 매우 점진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연합뉴스
S&P 한때 3,000 돌파…항공수요·주택판매 상승세
JP모건의 분석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수치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2일 미 교통안전국(TSA)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여행객이 30만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1년 전 240~250만명과는 비교조차 안 되지만 지난달 14일 8만7,534명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셈이죠. 실제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델타항공은 탑승객이 15% 증가했고 저가항공 제트 블루는 45%나 늘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도 깜짝 증가했는데요. 미 상무부는 4월 신규주택 판매 건수가 62만3,000건으로 전월보다 0.6%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시장에서는 신규주택 판매 건수가 48만건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봤는데 되레 증가한 것이죠. 월가에서는 “신규주택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날 증시도 경제활동 재개와 백신 출시에 대한 기대감에 올랐는데요. 주목할 만한 것은 S&P 500이 장중에 3,000선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CNBC는 증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TSA 숫자가 증가하고 야외 테이블 예약이 늘어나고 모기기 대출 신청 건수가 4주 연속 상승세”라며 “우리는 여전히 심각한 침체에 있지만 회복은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V자 반등’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4~5월이 바닥일 수 있다는 것이죠. 모더나에 이어 머크, 노바백스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도 긍정론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셧다운에 텅빈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거리. 경제활동을 재개해도 당분간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람들의 심리적 위축에 음식점과 상점의 매출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기가 바닥을 찍었더라도 핵심은 향후 경기회복의 속도와 방향인 것이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회복 속도…가계·기업 치명타 입어
상식적으로 봐도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셧다운(폐쇄) 때보다 수치는 개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50개 모든 주가 부분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핵심은 회복 속도입니다. 바닥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서서히 회복이 이뤄지는 ‘U자형’이 될 수도 있고 조금 상승세를 보이다가 꺾이는 ‘더블딥’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지표가 4~5월이 바닥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향후 지속적인 반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1차로는 코로나19 2차 유행 위험이 있습니다. V자 반등을 점친 카스만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2차 유행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로 무너진 고용이 회복할 수 있겠느냐입니다. 3,860만건의 실업청구 중 약 80%가 무급휴직이나 일시해고라고 하지만 당분간 계속될 사회적 거리두기에 음식점과 상점의 매출이 예전 같을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쉽게 말해 매장 수용 능력은 10개 테이블인데 앞으로는 5개 정도밖에 못 받는다는 것이죠. 이 경우 일부 직원의 임시해고는 영구해고가 될 것입니다. 미 경제의 3분의2는 소비가 차지합니다. 지금의 고용상황은 이미 가계와 기업에 치명타를 입혔다는 게 JP모건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기업은 코로나19에 부채만 더 쌓여 공격적인 투자도 어렵습니다. 무제한 양적완화(QE)와 대출 프로그램 덕에 당분간 대규모 도산은 없겠지만 두고두고 경기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에도 재정확장 정책이 이어질지도 관건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3조달러 규모의 4차 부양책을 제시한 반면 공화당은 4차 부양책 규모는 1조달러를 넘으면 안 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보했다고 합니다. 국가부채의 급증 탓인데 이 경우 재정절벽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경기회복이 장기화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중 갈등도 변수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