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자식 어떻게 '친자' 되나…대법 "정서적 유대 있어야"

"양육 등 여부를 기준삼기는 어려워
정서적 유대관계 등에 더 주목해야"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입양한 자식이 법적으로 친자인지를 판단할 때는 ‘정서적 유대’를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동생이 A씨의 입양 딸 B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결혼한 지 3년이 넘도록 자식이 없었던 A씨는 1980년 이웃의 소개로 그해 출생한 B씨를 데려다 키우기로 했다. A씨는 B씨를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딸로 출생 신고까지 했다.

이후 A씨는 B씨를 약 5년간 돌보다 1985년 남편과 이혼하면서 B씨와도 헤어지게 됐다. A씨는 재혼 후 다시 이혼했으며 그 사이 B씨와는 거의 왕래가 없었다. 그동안 B씨는 A씨의 첫 남편 손에서 컸다.


2000년께 B씨는 성인이 됐고, A씨와 다시 연락하게 됐다. 그러다 2015년 A씨가 사망하자, A씨의 동생은 B씨가 A씨의 실제 자식도 아니고 30년 가까이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지냈다며 친자 관계를 부인하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법적으로 친생자 관계라고 봤다. 출생신고는 거짓이었지만 A씨 부부가 B씨를 데려와 키울 당시 입양 의사가 있었고 가족으로서 함께 생활한 만큼 입양 신고 기능이 발휘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허위 출생신고가 입양으로 인정되려면 B씨 생부모의 승낙이 있거나 B씨가 만 15세가 된 이후 입양 사실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이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2000년 이후 서로 왕래했다는 점을 근거로 두 사람 사이에 부모와 자식 간의 정서적 애착이 있다고 보고 출생신고가 입양 신고를 갈음했다고 판단했다. 사건 소송 중에도 B씨가 A씨를 어머니로 생각한다는 뜻을 밝히고 이혼으로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동안에도 A씨를 그리워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양친자의 신분적 생활 관계는 현실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감호·양육 여부를 주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고 정서적 유대관계 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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