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통산 다승, 탈삼진, 이닝 역대 1위의 대기록을 가진 투수 송진우. 어느 날 아들들이 응원하러 찾아온 경기장에서 그는 단 1회 만에 홈런을 두 방 맞는다. 어린 아들마저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끔찍한 경기장. 그러나 송진우는 마운드에 서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다시 공을 보냈다.
야구심리학자 김수안은 레전드 야구선수들이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하고 정점에 도달했는지를 추적하고 탐구해왔다. 김작가는 송선수에게 ‘롤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는 그저 피식 웃었다고 한다. 송선수에겐 롤모델도, 멘토도, 좌우명도, 징크스도 없었다. 그에게 야구는 먼 하늘에 떠 있는 별도, 언젠가 완성할 막연한 꿈도 아니었다. 그에게 야구는 매일 숨쉬고 밥 먹듯 던지는 공과 연습으로 이어지는 일상이요 현실이었다. 어떤 공식이나 운, 타인의 발자취에도 기댈 수 없는 자기만의 길 그 자체였다. 송선수는 역대 최다승 투수이지만 동시에 최다패의 기록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다승 투수인 사이 영 또한 역대 최다패 기록 보유자이다. 독한 슬럼프를 겪고 가장 많이 패한 뒤 끝내 미소 짓는 이가 결국 레전드로 남는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