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이 콘텐츠 강국인 북미와 일본으로 역수출되며 디지털 만화 시장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기존 디지털 만화가 종이 만화책을 단순히 PC·모바일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그쳤다면, 한국형 웹툰은 기획·제작부터 배포까지 전 과정이 웹 환경에 최적화돼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만화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미·일 시장에서 국산 플랫폼을 앞세운 웹툰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27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북미 월 방문자(MAU)는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1·4분기 유료 결제자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1인당 결제금액은 2배 이상 성장했다. 네이버는 아예 현지에서 작가를 발굴하며 ‘네이버발(發)’ 웹툰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마추어 작가 데뷔 루트인 ‘캔버스(CANVAS)’ 운영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도전만화’격인 캔버스에는 매일 1,000여개에 달하는 에피소드가 올라오면서 연평균 108%라는 작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00만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작가’가 탄생한 등용문이기도 하다.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 역시 라인망가(네이버), 픽코마(카카오(035720)재팬), 코미코(NHN) 등 국내 기업들이 석권하고 있다. 픽코마는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한편 2016년 론칭 이후 매년 거래액이 2배 이상 늘며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카카오페이지가 독점 연재하는 작품을 픽코마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시키는 방식으로 IP(지적재산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카카오 자회사 중 IPO(기업공개) 1순위로 꼽히는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이 같은 글로벌 활약을 기반으로 국내외 일거래액 2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네이버는 북미를 거점으로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일본을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 카카오페이지는 인도네시아 2위 웹코믹스 운영사인 ‘네오바자르’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인쇄 만화 비중이 높아 웹툰이 추가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는 것도 포인트다. 일본 만화시장에서 디지털 만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19.8%에서 2018년 44.5%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300만명의 소비자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디지털 만화 비중은 2023년 23%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쇄 위주인 미국 코믹스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어, 한국형 웹툰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미국 코믹스 산업 내에서 한국의 웹툰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장르는 없다”며 “한국 웹툰은 K팝 이후 가장 수익성 있는 한류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