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도 최근 금융데이터거래소를 통해 데이터를 구매했어요. 앞으로 양질의 데이터 공급이 늘어나면 거래는 더 활발해질 것입니다.”
김영기(사진) 금융보안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최근 거래소의 성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금융데이터거래소란 고객의 금융 관련 정보를 가공해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정보 거래 장터다. 보안원이 거래소의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출범한 지 열흘 만에 총 62건의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이 중 7건이 약 2억2,000만원에 판매됐다. 데이터 상품 하나당 평균 3,000만원에 거래된 셈이다. 최고가에 판매된 데이터는 한 카드사의 상품으로 8,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잘 가공한 데이터 하나로 억대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한 것이다.
김 원장은 “지자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책을 집행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게 상권에 미치는 현황”이라며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별로 어느 지역에 카드 매출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가 거래소에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데이터거래소의 가장 큰 관심은 데이터 가격이다. 거래소에 올라온 유료 데이터의 상당수는 ‘협의 가능’으로 안내되고 있다.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다 보니 가격에 대한 기준이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금융보안원에서는 오는 8월 데이터 3법이 본격 시행되는 시점에 맞춰 가격 산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판매기업이 데이터를 비식별화하는 데 드는 비용, 구매기업이 데이터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얻을 수 있는 이익, 통상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가가 형성돼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준을 구체화해 가격 때문에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데이터를 판매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도 주문했다. 김 원장은 “각 업권별로 1등 회사의 데이터만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2등, 3등 회사의 데이터도 가격과 형식을 차별화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거래소의 출범으로 업계도 분주해졌다. 기존에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둔 대기업은 비식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등 데이터 영업 채비에 나섰다. 신한은행·신한카드·KB국민카드 등이 이미 데이터 상품을 등록하고 거래에 나선 가운데 NH투자증권·삼성증권·유진투자증권도 참여기업으로 등록한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는 8월 데이터 상품을 등록하기 위해 보안원과 협의하고 있다. 데이터 구매를 원하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가 데이터 구매용으로 지원해주는 바우처를 확대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 원장은 “다양한 형태의 금융 데이터와 각 산업에서 창출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설계할 수 있다”며 “올해와 내년이 바로 그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