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음주·뺑소니하면 패가망신...보험 있어도 1억 5,400만원 내야

[금감원, 車보험 표준약관 개선]
4억 8,000만원 손해액 발생 시 본인 부담 400만원→1억 5,400만원
일반 운전자 보험금은 100만원→99만 5,000원으로 인하
미성년 남성, 교통사고 사망 시 미래 軍 복무 월급도 보상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인근에서 진행된 음주단속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다음달부터 음주운전을 하거나 뺑소니 사고로 사망 사고를 내면 보험에 들었어도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최대 1억 5,400만원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현재의 400만원에서 대폭 늘어난다.

27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발표하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총 4억 8,000만원의 손해액(사망 피해 4억원, 차량 피해 8,000만원)이 발생하면 현재는 대인보상으로 음주운전자는 300만원만 내고 나머지 3억 9,700만원을 보험사가 부담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음주운전자가 1억 300만원을 내고 보험사가 나머지 2억 9,700만원을 낸다. 대물 피해 역시 지금은 음주운전자는 100만원만 내고 보험사가 7,900만원을 보상했지만 다음달부터는 음주운전자가 5,100만원을, 보험사가 2,900만원을 보상한다.



가해자가 보상 안 하면 보험사 先지급 후 추심

이는 음주·뺑소니 운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 ‘임의보험 사고부담금’이 도입된 데 따른 것이다. 사망기준 손해액이 1억 5,000만원이하, 대물 손해액이 2,000만원 이하는 ‘의무보험’이며,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임의보험’이 적용돼 운전자 부담이 늘어난다. 다만 피해액이 의무보험 기준 이하면 운전자의 부담은 대인 최대 300만원, 대물 최대 100만원 등 총 400만원으로 늘지 않고 이전과 같게 된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의무보험도 대인 부담을 1,000만원으로 대물은 500만원으로 올리는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며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만약 가해자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부담금을 못 낼 경우 보험사가 먼저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준 후 운전자에게 추심 하게 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음주운전·뺑소니 사고로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선량한 보험소비자에게 보험료 부담이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는 2만 3,596건으로 총 2,300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음주운전 지급보험금이 연간 700억원 감소해 0.5%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며 “음주운전·뺑소니에 대한 경각심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연간 100만원의 자동차보험료를 내는 가정은 보험료가 5,000원 내려가게 된다.



17세 남성, 교통사고 사망 시 미래 軍복무 월급도 보상

군인이나 군복무 예정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미래 군복무 기간 중 받을 수 있는 월급도 보상해준다. 가령 만 17세 미성년자가 사망하면 지금은 3억 4,280만원 가량을 보상받는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 군복무를 했을 때의 급여는 계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달부터는 육군 병사 평균 급여를 기준으로 상실수익액을 계산해 총 3억 5,057만원을 보상받게 된다. 현역병 육군 18개월을 복무했을 때의 월급을 반영한 수치다.

출퇴근 목적 카풀의 보상도 명확화 한다. 지금의 약관을 보면 ‘영리를 목적으로 대가를 받고 자동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다가 발생한 사고는 보상 불가’라고 돼 있어 카풀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 하지만 이를 ‘실제 출퇴근 용도로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6~8시, 토요일, 일요일 및 공휴일 제외)에 자택과 직장 사이를 이동하면서 실시한 카풀은 보상’이라고 개정해 사고 발생 시 보험사와 다툼없이 보장될 수 있게 했다. 다만 보장을 받으려면 탑승 시간이 약관에서 정한 시간대에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오전 8시 30분에 탑승했다가 9시 20분에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오전 6시 30분에 탑승해 8시 30분에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받을 수 없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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