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는 다시 돌아온 큰 정부 시대를 의미한다.’ 지난달 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 각국에서는 ‘큰 정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BOJ) 등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는 등 전례 없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출을 늘리는데다 이동의 자유까지 제한하는 봉쇄령을 내리며 국민의 일상에도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정부의 도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큰 정부가 돌아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규모의 팬데믹에 대한 정치적 반응은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종류의 국가 동원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도전은 대규모의 국가 개입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타임(TIME)지도 ‘우리를 팬데믹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큰 정부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대비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한 한국과 독일·중국 등을 언급하며 큰 정부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커진 정부의 역할과 방향이다. 정부의 개입이 경제적 효과를 낳기는커녕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브라질이다. 그간 ‘큰 정부’를 지향했던 브라질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덕에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에 달한다. 한국의 재정지출 비중이 GDP의 20%대 초반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 같은 지출이 포퓰리즘성 정책에 쓰이면서 경제성장을 되레 저해했다는 점이다.
브라질 정부는 수천 명의 공공 부문 직원을 고용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늘렸다. 브라질 경제학자 라울 벨로주에 따르면 룰라·호세프 정권에서 브라질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매달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았다. 심지어 어부들이 어업을 할 수 없는 동안 매달 보조금을 지급하는 ‘세구루-데페수(seguro-defeso)’를 확장하는 등의 행보도 보였다. 대규모의 공공 부문 고용 확대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국립통계원(IBGD)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8%에 그쳤던 브라질의 실업률은 지난해 11.9%로 급증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브라질은 GDP 규모가 세계 8위이고 중남미 최대 경제국가로 경제 규모가 매우 크다”면서도 “비대하고 지나치게 중앙집권화된 연방정부가 수십년 동안 경제적 자유를 억제해왔으며 활기찬 민간 부문의 발전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부정적인 결과만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의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과도한 정규직 보호, 짧은 근로시간에 대비되는 높은 임금, 높은 실업률로 ‘노동자들의 천국’이라는 비아냥까지 받던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개혁정책에 힘입어 환골탈태했다. 마크롱 정부는 △무제한이었던 부당해고 배상금을 1~20개월로 상한선을 정하고 △단체협약 협상 대상을 산별노조에서 개별노조로 변경했으며 △부당해고 제소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이 밖에도 글로벌 기업의 해고·감원 요건을 이전보다 완화하며 노동유연성을 확보해 결국 2014년 10.4%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해 8.2%로 2.2%포인트나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전에 만연했던 임시계약이 2018년 초부터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시직만 난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간 해고 부담에 고용을 꺼리던 기업들이 노동개혁 이후 오히려 적극적인 고용을 추진했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 베렌부르크의 플로리안 헨스 이코노미스트도 “마크롱의 노동정책 덕분에 오는 2022년까지 프랑스가 훨씬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법인세 감세와 부유세 폐지 등 친기업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프랑스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0.4%, 0.3%, 0.3%, -0.1%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0.5%, -0.2%, 0.3%, -0.1%를 기록한 독일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프랑스의 월별 제조업 구매관리자(PMI) 지수는 줄곧 독일을 앞지르기도 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