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갈등, 디지털위안화로 불똥? 中 인민은행장 "도입 시간표 없다"

연내 발행 전망 무성해져 부담
시장 눈높이 낮추려는 의도지만
'달러에 도전' 시각도 의식한 듯


중국의 법정 디지털화폐 출시 임박에 대한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이 아직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기대감 낮추기에 나섰다. 달러 패권을 넘보겠다며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디지털화폐 구상이 미중 갈등과 맞물려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민은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행장은 관영 금융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험은 연구개발 과정의 일반적 업무로서 디지털위안화의 정식 도입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정식 도입과 관련해서는 아직 시간표가 없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또 인민은행의 디지털위안화 연구개발 업무가 순서에 따라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안전·통제가능·혁신·실용’이라는 4대 원칙을 바탕으로 선전·쑤저우·슝안·청두 및 동계올림픽 개최예정 장소에서 폐쇄식 내부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경제가 세계 경제 성장에서 날로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며 “법정 디지털화폐의 연구와 응용은 우리나라 디지털 경제의 빠른 발전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 /AP연합뉴스

이 행장의 이날 발언은 디지털화폐 도입에 관한 시장의 눈높이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부터 중국 인터넷에 농업은행 등이 시험운영 중인 법정 디지털화폐 전자지갑 사진이 잇따라 유출되면서 연내 디지털화폐가 정식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디지털화폐 발행 추진에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행장의 발언은 중국의 법정 디지털화폐 도입이 임박했다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며 “중국이 디지털위안화를 통해 미국달러의 위상을 떨어뜨리려 한다는 사고를 누그러뜨리려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이 행장의 발언에도 중국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도 이미 디지털통화 개발을 기본적으로 마친 상태라고 밝힌 만큼 지도부의 결심에 따라 기술적으로는 정식 발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인민은행이 발행할 디지털화폐 운영방안도 큰 틀에서는 이미 확정, 공개됐다. 디지털위안화는 현금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O)의 기능 일부를 대체하며 인민은행이 시중은행과 이동통신사 등 운영기관에 먼저 배분하고 고객은 이들 운영기관을 통해 디지털화폐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디지털화폐는 당장 지급준비화폐로서 달러가 지닌 지위를 흔들 수 없다”면서도 “무역결제나 국제송금 등에서 편의성이 입증되면 달러 지위를 점차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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