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왼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가 개원을 사흘 앞두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77석이라는 의석수를 앞세워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가져가야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에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국회를 엎자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싹쓸이’ 방침은 그동안 여야 교섭단체를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해온 국회 관례를 깨겠다는 의미로, ‘상임위원장 전석 여당’이 현실화할 경우 야당의 강력 반발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27일 윤호중 사무총장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원장 배분은 야당과 협상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절대 과반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져가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여야가 의석 비율로 상임위원장 수를 나눠가졌던 관행은 절대 과반 정당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민주당이 ‘단순 과반’이 아니라 ‘절대 과반’을 확보한 이상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윤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운영했던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그건 결국 발목잡기와 동물·식물국회라는 그릇된 관행을 뿌리 뽑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절대적, 안정적 다수로 그것은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해가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싹쓸이’ 발언을 전해들은 통합당은 “(그럴거면) 국회가 뭐가 필요하느냐. 국회를 없애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국회를 엎자는 것이냐. 민주당 보고 다 채우라 하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한국포럼 포스트 팬데믹, 위기인가 기회인가?’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자기들이 30년 동안 야당 할 때 자기들 주장 때문에 (보수 정당이 여당이었을 때 상임위원장직을) 못 가져왔던 것 아니냐”며 “입장이 바뀌었다고 그러면 국회가 뭐가 필요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여야보다 중요한게 헌법상 삼권분립”이라며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게 우선이지, 여당이 행정부를 무조건 도우려 할 경우 삼권분립이 깨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당의 극명한 입장차는 지난 26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간 첫 원구성 협상 후 통합당 측에서 먼저 상임위원장 배분 정수를 11대 7로 발표한 데서 노출되기 시작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상임위원장 정수는 11대 7로 정해졌다”고 언론에 전하자 민주당 측은 “회담에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발끈했다.
사실상 교섭단체 총 의석수로 상임위원장 배분을 해 온 지금까지 국회 관례에 따르면 제21대 국회 상임위원장 의석수는 민주당 11~12개, 통합당 6~7개로 나뉜다. 하지만 177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원칙대로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 ‘상임위원장 싹쓸이’가 가능하다.
정치권은 이같은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100% 독식’ 선언을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야당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목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모두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등 핵심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뺏기지 않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관례에 따르면 그동안 법사위원장 자리는 야당이 맡아왔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