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포인트를 넘어선 코스피지수가 대내외 호·악재 속에 또다시 큰 변동성을 나타냈다. 각국의 잇따른 금리 인하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과 미국·유럽 등의 경제 재개는 지수를 밀어올리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확대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하향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중에 풀린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만으로는 그동안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한 증시가 추가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66포인트(0.13%) 내린 2,028.5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전장 대비 1.15% 올랐지만 곧바로 1.35%나 하락하는 등 50포인트 이상 출렁거리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전일 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로 팔아 치운 코스닥은 전 거래일에 비해 15.84포인트(2.19%) 하락한 708.15에 마감해 낙폭이 더욱 컸다. 한때 4.04%나 떨어지면서 지난 20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700포인트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날 증시에 불안을 부추긴 요인으로는 미중 갈등이 꼽힌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방아쇠를 당겼다. 특히 코스닥은 27일 730.41까지 올라가면서 코로나19 발병 이전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해 ‘레벨 부담’이 있었던 만큼 주가 하락폭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예정됐던 홍콩 국가보안법 표결과 관련해 미국에서 압박을 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증권가에서는 4~5월 이어져온 ‘유동성 랠리’에 대해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총 14조4,79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식시장에 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 등 새로운 악재가 부각되자마자 증시가 급격히 출렁였다는 점에서 이날 장세가 ‘유동성만으로는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방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하기도 했다.
‘펀더멘털’ 회복이 증시 회복의 핵심 조건이라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04배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PER 11배 이상을 상장사 실적 대비 고평가 구간이라고 판단한다. 증권사들의 유가증권시장 실적 전망치 역시 꾸준히 하향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달에 비해 6.4% 감소한 130조2,900억원이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0.5%로 결정했지만 이것이 추가적으로 증시 유동성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가 재정확대와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증시에 안전판이 될 수 있으나 금리 인하 자체로 강세장을 이끌어내기에는 어렵다는 뜻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이미 제로금리 수준으로 들어와 있는데 여기서 금리 수준을 한 단계 낮추느냐, 안 낮추느냐의 문제가 당장 시중 부동자금의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제한적”이라며 “주식시장에만 한정 지을 것이 아니라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빨리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스피 2,000선 회복을 뒷받침했던 미국·유럽 봉쇄조치 해제 기대감 역시 이미 주가 수준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의견이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리스크 해소는 코스피가 2,080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는 재료라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코로나19 해결 기대감으로 상승 가능한 폭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