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에서 촉발된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한국도 대비책 마련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8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최근 고조되는 국제사회 갈등과 그 파급 효과와 관련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외교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미중 대신 국제사회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날 오후 중국이 홍콩 보안법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홍콩법 처리 강행 시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미중 갈등의 여파가 한반도에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7일 홍콩 센트럴지구에서 진압 경찰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여성을 가격하고 있다. 이날 중국이 시위 활동에 단순 참여한 사람도 처벌하는 내용의 한층 강화된 홍콩보안법 수정안을 공개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시내 곳곳에서 시위에 나섰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과 관련해 “우리는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며 “내 생각에 아주 강력하게···”라고 밝혀 사실상 중국에 선전포고했다.
강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가간 인적 경제 교류 중단으로 일견, 시계가 멈춘 듯 국제사회가 고요해진 듯 보였으나 국제질서 변화의 흐름은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며 “감염병 위기 극복을 위한 개별국가의 대응 역량과 국제사회의 공조 역량이 모두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기존 국제질서를 지탱하던 규범들이 흔들리고 국가 간 관계에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각자도생을 추구하는 제로섬 경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계기로 비대면, 무인화 등 첨단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 확보를 둘러싼 국가간 경쟁 또한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다양한 도전과 어려운 결정의 순간들이 보다 빠른 속도로 그리고 한층 높은 강도로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강 장관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K-방역’을 토대로 한 국제공조를 들었다. 그는 “우리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민관 합동의 체계적 방역으로 우리의 혁신 역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인프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졌다”며 “이를 계기로 능력 있는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도 한층 공고해졌다”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을 발판 삼아 주요국과의 상호 호혜적 경제회복 견인을 통해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디지털 강국으로서의 도약을 뒷받침하는 외교를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대외개방형 통상국가로서 세계화 추세의 변화에 대응하여 과거로의 퇴보가 아닌 미래로의 전진을 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연대를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외교부는 물론 국방부와 통일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 국방연구원도 참여했다. 외교전략조정회의는 미·중 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능동적인 대외전략을 마련하고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대응을 지원해나가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민관협의체다. 이날 통합분과회의는 올해 7월쯤 열릴 예정인 3차 외교전략조정회의 본회의의 사전준비회의 성격의 모임이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