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길리어드사가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표준치료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도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양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첫 해외임상을 승인받았고 부광약품과 신풍제약 등은 국내 2상을 진행 중이다. 한편 중앙임상위원회는 국내 임상을 진행했던 램데시비르의 공식치료제 승인 여부를 곧 결정한다.
일양약품은 자사가 개발한 국산 18호 신약 ‘슈펙트’가 최근 러시아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임상은 러시아 1위 제약사 알팜이 맡으며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11개 기관에서 145명의 코로나19 확진자에게 2주간 슈펙트를 투약해 치료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도출된 임상 결과는 알팜이 러시아 및 벨라루스에서 독점권을 갖고, 일양약품이 그 외 국가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회사 측은 “러시아 임상 승인은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중 해외 임상 승인 첫 케이스”라며 “이미 신약으로 출시됐던 만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코로나19 관련 임상은 12건이다. 이 중에는 가장 속도가 앞선 곳은 2상을 진행 중인 부광약품의 레보비르캡슐, 엔지켐생명과학의 EC-18,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정이 있다. 세 회사 모두 이미 허가를 받아 판매중이거나 개발중인 약물에 대해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하는 ‘약품재창출’로 임상 2상부터 개발한다.
부광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먼저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2상이 진행 중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의 안정성 및 유효성을 비교·분석하고 있다. 결과는 7~8월 경 도출할 예정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자사 후보물질이 코로나19 환자의 사망을 초래하는 1위 합병증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잡는다고 주장한다. 임상은 60명을 대상으로 충북대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렘데시비르의 세계 첫 코로나19 표준 치료제 인정 소식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렘데시비르는 최근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주도로 코로나19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치료기간을 기존에 비해 4일 단축 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표준 치료제로 인정됐다”는 평가를 내놨고 미국에 이어 영국 보건당국도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도 렘데시비르의 도입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오늘 렘데시비르와 관련해서 중앙임상위원회가 개최 됐고 논의 결과가 저희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될 것”이라면서 “국내 환자 치료에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면 관계부처인 식약처 등과 법령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