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전경. /서울경제DB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 전담여행사가 해당 업무 일부를 일반여행사에 위탁한 것은 명의 대여로 간주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A 여행사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한국과 중국 정부 간의 단체관광협상에 따라 2011년 문체부에 의해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로 지정돼 중국 관광객 유치 업무를 담당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중국과 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추천한 여행사만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접대할 수 있도록 하는 여행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전담여행사로 지정돼야만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던 중 A사는 2018년 9월 일반여행사인 B사와 계약을 맺고 관광통역안내 등 일부 업무를 위탁하고 수차례 대금을 지급했다. 이에 문체부는 “A사가 중국 전담여행사의 명의를 일반여행사인 B사에 빌려줬다”며 A사에 대한 전담여행사 지정을 취소했다.
A사는 B사의 모든 일정과 서비스는 자사의 지시를 받거나 협의를 거쳐 진행된 것이라고 소명했으나, 문체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A사는 B사에 국내 여행 일부분을 위탁하긴 했지만, 자사의 상호를 빌려주거나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로 표시하도록 허락해 준 적이 없어 ‘명의대여’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문체부의 취소 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문체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담여행사가 여행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비지정 일반여행사가 자신의 명의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담여행사가 자신이 유치한 중국 단체관광객의 국내 여행 업무를 비지정 여행사가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전담여행사를 별도로 지정·관리하는 취지가 몰각된다”고 판시했다.
문체부의 취소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국 단체관광객 취급업무 외 다른 관광업무에 대해서는 아무 제한 없이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전담여행사 제도를 건전하고 질서 있게 운영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원고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밝혔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