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유기 구조체를 통과한 물이 원자 수준의 촉매를 기공 내에서 생성하고 안정화하는 과정을 소개한 이미지/자료제공=KAIST
공기 속 산소로 충전되는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공기 배터리’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촉매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현재 널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0배 가량 큰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어 현재보다 훨씬 먼 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전기차, 무인비행기(드론)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본원의 강정구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최경민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의 공동연구팀이 리튬-공기 배터리용 에너지 저장전극 소재(촉매)를 개발하는 연구성과를 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배터리의 촉매를 원자원자 수준에서 제언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반응물의 움직임을 분자 단위에서 조절할 수도 있다.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나 드론과 같이 높은 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장치들의 발전 속도를 뒷받침하기에는 에너지 밀도의 한계를 보였다. 리튬-공기 배터리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주요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리튬-공기 배터리는 제품의 사이클 수명이 짧아서 개선된 성능의 촉매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개발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강·최 교수팀이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리튬-공기 배터리의 사이클 수를 3배 가량 증가시키는 성능을 보였다. 이번 소재개발을 위해 우선 원자수준에서 촉매를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의 나노입자 기반 소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또한 1g의 용량으로도 축구장 크기의 표면적을 덮을 수 있는 신소재인 금속 유기구조체(MOFs)를 활용해 촉매 전구체와 보호체로 사용하는 신개념이 이번 연구에서 제시됐다.
강 교수는 “금속-유기 구조체 기공 내에서 원자 수준의 촉매 소재를 동시에 생성하고 안정화하는 기술은 수십만 개의 금속-유기 구조체 종류와 구현되는 촉매 종류에 따라 다양화가 가능하다”며 “이는 곧 원자 수준의 촉매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개발 연구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속-유기 구조체로부터 생성된 촉매가 기공 내에 안정화하는 과정 /자료제공=KAIST
이 같은 촉매 개발의 주요 난제는 서로 뭉치는 현상을 막는 것이었다. 촉매 크기가 1나노미터(nm) 이하로 작아지면 서로 뭉쳐 급격한 성능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강·최 교수팀은 원자 수준 촉매 제어기술을 사용해 난제를 풀었다. 물 분자의 거동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물 분자를 하나씩 제어하는 기술이다. 그 결과 물 분자가 금속 유기 구조체의 1nm 이하의 공간에서 코발트 이온과 반응해 코발트 수산화물을 형성했다. 또한 그 공간 내부에서도 안정화를 이뤘다. 안정화가 이뤄진 코발트 수산화물은 뭉침 현상이 방지됐으며 원자 수준의 크기가 유지됐다. 그만큼 활성도가 향상되면서 리튬-공기 배터리의 사이클 수명 또한 크게 개선되는 결과를 얻었다는 게 KAIST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강정구 KAIST 교수, 최경민 숙대 교수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및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에는 최원호 KAIST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생이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5월 6일 재료 분야의 주요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Autogenous Production and Stabilization of Highly Loaded Sub-Nanometric Particles within Multishell Hollow Metal-Organic Frameworks and Their Utilization for High Performance in Li-O2 Batteries’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